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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체로키

세련된 몸매에 승차감·정숙성까지<br>오프로드 최강자, 도심형 SUV로


'지프(Jeep)'. 단순히 크라이슬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SUV의 대명사'로 통용돼왔다. 마치 프랑스의 중장비업체 '포크레인(Poclain)'이 국내에선 굴삭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지프는 왠지 잘 닦인 도심 속 아스팔트 도로보다는 숲으로 우거진 산속 비탈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지난주 인천 영종도에서 만난 크라이슬러의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이러한 선입견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지금까지 강점을 보이던 오프로드뿐 아니라 도심 속 온로드의 안락한 주행까지 소화할 수 있는 SUV로 거듭나려는 크라이슬러의 의도 때문. 이를 반영하듯 지금까지의 지프가 일부 마니아 층만의 SUV였다면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섬세한 여성 운전자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만한 조건들을 두루 갖췄다. 먼저 외관에서부터 기존 굵은 선의 딱딱했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한층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측면은 특유의 육중한 몸매를 간직하면서도 블랙컬러의 B필러를 적용해 도시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후면부 역시 최근의 도심형 SUV 트렌드를 반영한 듯 더욱 날렵해져 얼핏 그랜드 체로키가 경쟁상대로 꼽은 BMW X5와도 닮은 느낌이다. 차량 실내도 이전 모델에 비해 매우 부드럽고 안락해졌다. 특히 최고급사양인 오버랜드 모델의 경우 대시보드에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실제 나무를 깎아 만든 우드패널을 사용했다. 실내공간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구형 모델에 비해 10cm 가량 길어진 휠 베이스는 동급 최고 수준의 2열 레그룸(981mm)을 가능케 했다. 트렁크 공간 역시 구형 대비 11% 가량 넓어져 야외활동이 잦은 운전자들에게 제격이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가장 큰 변화 포인트는 승차감과 정숙성. 속도를 시속 140km까지 높여봤지만 외부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소리를 흡수하는 흠음재가 포함된 이중 차단 사이드 윈도를 사용해 구형 모델보다 30% 이상 소음을 줄였다. 특히 시승지역이 항공기의 이착륙이 반복되는 인천공항 일대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정숙성에 더욱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힘도 만족스럽다. 크라이슬러가 개발한 3.6리터 펜타스타 V6 VVT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9㎏.m의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자갈밭과 진흙길로 접어들자 '오프로드의 최강자'인 지프의 본성이 드러난다. 여기저기 깊게 홈이 파인 비포장도로 위를 달렸지만 탄탄한 서스펜션은 차체의 진동을 최소화해준다. 또 노면상태에 따라 '샌드ㆍ머드 모드'와 '스포츠 모드', '스노 모드', '록 모드', '오토 모드'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 터레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떤 코스에서든 최적의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고급형 5,590만원, 오버랜드 6,8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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