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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명경영 틀잡기

■ 지주회사 설립 봇물"선단식 지배구조 이젠 안통한다" 기업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투명성 확보 ▲ 계열사 및 사업의 통폐합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 전문경영인 체제의 강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등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소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장 또는 대주주가 모기업을 지배하고 그 모기업이 계열사 지분을 또 소규모 확보해 거미줄식으로 상호 지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소액주주들까지 투명경영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연결납세제도의 도입 등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과거처럼 상호지배를 통한 선단식 경영에 한계를 맞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이 같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주주가 소규모 자본을 출자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주회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게 돼 투명경영의 외양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재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대외 이미지도 개선돼 주가도 호전되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하지만 중견ㆍ중소기업들까지 지주회사 설립을 서두르는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가부양, 효율적인 경영권 장악에 있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의 경우 사업다각화로 방만ㆍ부실해진 계열사를 한울타리에 묶어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 부실한 계열 벤처사들을 세아홀딩스로 통합한 세아제강의 경우 부실한 부동산임대업 등을 과감히 정리하는 동시에 우량기업만을 묶음으로써 부채비율을 크게 낮췄다. 지주회사 설립으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는 주가상승이다. 옛 LG화학은 사업부를 LG생활건강ㆍLG석유화학ㆍLG화학 등으로 분리, 지주회사 LGCI로 출범한 후 각 계열사의 주가가 예전보다 훨씬 올라갔다. 소규모 지분으로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것도 지주회사의 강점이다. LGCI의 경우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회장의 지분과 LG연암학원의 지분은 모두 6.8% 정도다. 그러나 지주회사인 LGCI가 LG화학 6.7%, LG생활건강 18.6%을 소유하고 있고 LG화학이 다시 LG석유화학을 30% 소유하고 있어 화학계열사를 지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제도가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지주회사는 소액 자본으로 다수의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피라미드식 지배체제가 가능해진다. LGCI의 경우에서 보듯 대주주는 극히 적은 지분으로도 화학계열사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 기업투명성 개선이라는 지주회사의 당초 목적과 달리 부실 떠넘기기 전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부실화된 계열사를 한군데 묶어 지주회사로 만들고 우량사는 대주주가 여전히 소유하는 식이다.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자칫 지주회사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할 수 있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금융이 산업체의 효율성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이 금융사를 하나로 묶으려는 의도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한꺼번에 보험ㆍ증권ㆍ종금 등을 묶은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동반 부실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를 더욱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제도를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의 틀 안에서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우선 자회사 지분 평가액이 늘어나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부채비율, 자회사 지분 요건 등을 1~2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도 지주회사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2~3년 내에 계열기업을 묶어 세금을 부과하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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