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란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와 비교하면 그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ㆍ정권교체)'를 이끌어내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3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로버트 아이혼 북한 제재 조정관은 2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날 오전7시30분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조찬회동을 갖고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효율적인 압박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용준 차관보 등과 만나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관련 행정명령 13382호 확대 적용 ▦북한의 재래식무기·사치품 거래를 차단하는 새로운 행정명령 ▦북한 외교관 특권 남용 방지 등 3가지 핵심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행정명령은 기존 제재로는 압박할 수 없는 북한의 행위를 제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정일 통치자금의 근원인 위조지폐ㆍ마약ㆍ담배 밀수 등을 감시하고 이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데 미국 정부가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치품의 경우 북한의 체제 안정 유지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제한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 실질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외교부를 방문해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텝)을 자청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아이혼 조정관을 '저승사자'로 비유하기까지 했지만 그의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고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강한 동기 부여를 하겠다"고 차분하고 또렷하게 말했다.
다만 추가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한 외교가의 전망은 신중한 편이다. 우선 북한의 가ㆍ차명계좌를 일일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북 금융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북한이 금융ㆍ대외무역 활동의 주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중국은 자국 금융기관의 피해를 우려해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행정명령(대통령령)을 통해 북한을 제재하는 미국의 제재방안은 상징적인 효과는 크지만 이란에 부과되고 있는 제재와 비교하면 강도가 약하다"면서 "미 정부의 제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이번 추가 대북제재의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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