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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롯데 경영권 분쟁 사태의 또 다른 이면

문제만 생기면 어김없이 국적논란… 재일교포 기업가의 눈물

日에선 "조센징" 韓선 "이방인" 취급 받지만

투자·일자리 창출 등 국내 경제 성장 견인

"교포기업의 기여 부문 정당한 평가받아야"


19세의 청년 신격호는 1941년 단돈 83엔을 갖고 일본행 배에 올랐다. 일본에 도착한 그는 고향 친구 집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다.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모욕을 들어가며 일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하지만 껌을 만들어 판 게 대박을 쳤고 1967년에는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워 진출했다. 한국 정부의 '부탁 아닌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6일 "지난 1960~1970년대 우리가 못살 때 재일교포들에게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해 들어온 게 롯데와 신한은행"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이유로 이제 와서 그들에게 일본기업이라며 손가락질하는 것은 너무나 속 좁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일교포 기업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는 얘기를 듣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 탓이다. 경제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재일교포 기업들은 국내에 투자도 하고 기여도 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가(家) 분쟁에서 봤듯 무슨 문제만 생기면 여지없이 국적논란이 생긴다.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기업인들에게는 서럽기만 하다.

'일본기업'이라는 낙인은 그렇게 질기고 사라지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고용창출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1만4,536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현대자동차보다도 많다. 게다가 매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롯데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며 롯데호텔에서 자고 롯데월드에서 즐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만도 6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일본기업이라는 비난 여론에 속을 끓여야만 했다.



최윤 OK저축은행 회장은 재일교포 기업가로 할 말이 많다. 그는 사석에서 "자금출처를 이유로 세무조사와 검찰·경찰조사에 개인 사생활 감찰까지 안 당해본 게 없다"며 "교포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 만드는데 정부나 사회가 너무나 차갑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매년 장학활동을 하고 아직까지 일본에 돈을 가져간 적이 없다. 오죽했으면 최 회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새로 이름을 만들면서 그 어원으로 'Original Korean'의 약자로 'OK'라는 이름을 지었다. 국내 리딩뱅크에 오른 신한금융도 재일교포의 손에서 시작됐다. 1977년 제일투자금융에서 시작한 신한은행은 라응찬 전 회장이 일본에서 뭉칫돈을 가져와 세웠다. 지금도 신한금융의 지분 17~20%는 재일교포가 갖고 있는데 이들은 배당 날이면 귀국해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고 저금을 한다.

현재 재일교포 기업인들은 1977년 설립된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에 소속돼 있다. 80여개사가 소속돼 있으며 한솥도시락·서울로얄호텔·아비코전자·㈜신흥·지엠비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재일교포의 국내 투자는 1965년 한일협정을 계기로 물꼬가 터졌다. 제주도의 감귤농장·골프장에도 재일교포가 투자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막역했던 홍준기 전 신라저축은행 회장은 "일본에서는 재일교포에게는 은행이 돈을 빌려 주지 않아 정말 힘들게 사업을 해야만 했다"며 "모국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와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갖는 감정의 특수성상 재일교포 기업인에 대해서도 두 가지 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며 "교포기업인에 대해서도 그들이 기여하는 부분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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