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84년 9월 야나기 무네요시에게 ‘'보관 문화훈장’을 추서했다. 한자 표기로는 류종열(柳宗悅)인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소위 양심있는 일본인으로 불린다. 일본 민예 운동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그는 조선을 극찬했다. 조선이야말로 동양 민예의 원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통틀어 민예(民藝)나 공예(工藝) 분야를 예술 영역으로 끌어 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그저 생활용품에 지나지 않았던 민예품들은 야나기에 의해 예술품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미를 슬픔이나 한으로 규정했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한다. 야나기의 저작 중 조선을 높이 평가한 작품들은 대다수 국내에 번역 소개됐지만 그의 불교 미학 저서의 국내 소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의 법문에는 그의 불교미학 4부작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의 법문’을 비롯해 ‘무유호추의 원’ ‘미의 정토’ ‘법과 미’ 등이다. 그는 동양은 서구의 미를 구별하는 수단으로 불교미학을 내세운다. 서양미술이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천재 중심으로 전개된 자력적인 미학이라면, 동양예술은 미의 영역을 민중까지 확산한 타력적인 미학이라고 간주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게 비춰질 수 있는 그의 불교 미학론을 따라가다 보면 불법에는 모든 것에 통하는 보편적 이법이 숨어있고 미의 세계도 그 법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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