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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오는 21일 개성공단 방문은 남북한 경제협력의 현장을 찾는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93년 방북한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유엔 사무총장처럼 판문점을 통한 평양 방문은 아닐지라도 5·24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교역이 금지된 상황에서 유일한 남북경협 사업인 개성공단이야말로 차선책으로서 '대화와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앞서 반 총장은 2013년 사상 초유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당시 성명을 발표해 "진심으로 대화를 통해 최대한 조속히 개성공단의 운영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중소기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내비치는 등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올해는 분단 70주년으로 남북 민간단체 주도로 8·15 공동행사를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만큼 반 총장의 방북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국인 출신 첫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모국의 반쪽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내년 말로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 개인적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명예로운 업적을 남기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 총장이 평양 대신 차선책으로 남북한 협력사업체인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은 남북한 모두에 지니는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도 "반 총장이 국제기구의 수장 자격으로 방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을 모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관계 진전을 위한 모멘텀 마련 등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 간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법치주의 및 인권 개선,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은 19일 통일준비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개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 연설을 통해서도 방북 의사를 밝히며 "우리는 지원의 손을 어느 때라도 (북측에) 전달할 수 있다. 신뢰구축과 관련한 중재활동을 충분히 진행해나갈 수 있고, 법치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끌어나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반 총장에게 북한이 어느 수준의 예우를 할지도 관심사다. 양 교수는 "유엔 특사가 아닌 사무총장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누가 영접할지, 또 경호와 의전을 어떻게 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 교수는 "최근 남북 당국 간 불신이 팽배하고, 특히 상대 지도자나 체제에 대한 원색적 비판과 비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반 총장의 방북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복원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3년 12월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예방했던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 역시 핵 문제를 중재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북한에서는 북한·유엔 간 비정상적 관계를 집중 거론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평화협정 체결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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