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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장 설립자금 대출 나선 코막重의 '기막힌 경험'

국내은행 "실적이…" 모두 퇴짜<br>유럽선 "전망이… 더 쓰시죠" <br>"키코 지원금도 언제나 집행될지 막막해요"

조붕구 코막중공업 사장이 주력제품인 유압 브레이커 앞에서 해외로까지 나가 '원정대출'을 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건설중장비를 생산하는 코막중공업의 조붕구 사장은 얼마 전 네덜란드의 라보뱅크에서 160만유로의 대출금이 입금된 통장을 손에 쥐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막상 외국은행에서 거의 신용 하나만으로 지원받으니 그동안 국내에서 겪었던 숱한 푸대접과 마음고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제품의 99%를 해외시장에 수출해온 조 사장은 올해 초 네덜란드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100만유로의 투자자금을 빌리기 위해 국내 은행창구를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하나같이 실적이 시원찮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회사 네덜란드 법인의 지난해 이익은 2만7,000유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한결같이 대출신청액에 비해 이익규모가 너무 작다며 갖가지 규정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전결규정에 목을 매고 있는 은행직원들이 ‘나몰라라’ 식으로 책임회피에 급급해 하는 모습에 조 사장은 기가 막혔다. 조 사장은 다급한 나머지 난생 처음 네덜란드 현지은행을 찾아갔다. 그는 국내에서 늘 해오던 것처럼 지난 6년간의 재무제표를 제시했지만 창구에서는 특허나 인증 같은 기술력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와 미래 사업계획서만 갖고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 사장은 “코막중공업은 국내외에서 40여개의 특허와 인증을 갖고 있어 기술력만큼은 자신 있었다”면서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은행에서 현지 딜러와 대사관 등을 통해 사장의 이력이나 신뢰성, 회사 평판까지 두루 알아봤더라”고 밝혔다. 유럽에서의 대출과정은 한때 안전사고나 화재에 대비한 보험가입 여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보험전문가들을 직접 창구로 불러와 앉은 자리에서 모든 서류업무를 일사천리로 대행해줬다. 뿐만 아니다. 라보뱅크는 공장을 지은 후에도 재고물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부대비용 20만유로와 운영자금 40만유로 등 모두 60만유로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통상 국내 은행에서는 신청규모의 80%만 대출해주는 관행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었다. 조 사장은 “재무제표가 대출 평가에서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서류에만 매달리는 국내 은행과 달리 유럽은행의 기업프렌들리 서비스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면서 “쉽게 말해 네덜란드는 미래를 중시하고 우리는 과거에 매달리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코막중공업은 아직 국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키코(KIKO) 손실을 지원받기 위해 등급을 신청한 지 벌써 두달이 지났는데도 계약을 맺은 국내 은행 2곳이 서로 협의를 꺼리며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은행 간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통보를 받은 주채권은행이 모든 거래은행에 알리고 기술보증기금의 심사, 거래은행 동의 등 번거로운 절차를 생각하면 언제 자금이 집행될지 막막하기만 하다. 조 사장은 키코 결제일이 당장 14일로 코앞에 닥쳐왔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연체가 불가피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조 사장은 이번 키코 유동성 지원만 마무리되면 더 이상 국내 은행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있다. 대신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높은 평점을 매기는 외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해외 투자를 늘리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조 사장은 “기업과 함께 가기는커녕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자기 먼저 살려고 하는 국내 은행과 거래하다가는 언제 갑자기 회사가 망할지 모르잖습니까”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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