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은 언제일까? 사람들은 보통 로마제국의 멸망이라 하면 4~5세기 '게르만족의 침입'이나 '로마제국의 동서 분열,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라는 사건을 떠올린다. 비잔틴제국 역사학자 이노우에 고이치는 로마제국의 멸망은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독수리 문장을 버린 1453년 5월 29일에 진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로마 제국의 멸망보다 1,000년이나 늦은 것이다. 고이치가 펴낸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 제국'은 비잔틴 제국을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한 '비잔틴제국 흥망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잔틴 제국의 역사는 단순히 고대 로마제국 이후의 쇠퇴 과정이 아니며 1,000년 동안 독자적인 문명을 형성한 제국이라고 말한다. 비잔틴제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지역으로 많은 민족이 오고가는 '문명의 십자로'였다. 여러 다른 민족과 국가와 경쟁하면서도 1,000년 이상 역사를 존속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저자는 비잔틴 제국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꼽는다. 즉 로마 제국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하게 개혁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비잔틴 제국의 황제는 로마 황제의 이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로마법을 국가의 기본 법전으로 삼아 변함없는 권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시민 가운데 1인자'를 지칭했던 로마 황제와 달리 비잔틴 제국의 황제는 절대적인 권력자였다. 로마의 이념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속성은 바꾼 것이다. 책은 이처럼 '로마'라는 이념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한 것이 비잔틴 제국이 1,00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비잔틴 제국 사람들이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변화와 혁신을 꾀했는지 보여준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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