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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드발의 흥미로운 영장류 연구 이야기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가 서점에 깔리는 동안 극장가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이라는 영화가 한창이다. H. G 웰스의 고전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2시간 가까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허무한 결말 때문에 적잖게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 인류를 홀로코스트로 이끄는 엄청난 과학기술과 문명을 지닌 외계인들이 고작 미생물을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몰살한다는 결말이 너무 시시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긴 100년도 더 된 원작이 그러니 영화 결말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나 동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쓸어 내리는 이들 외계인은 마치 살육 중독증에라도 걸린 듯 하다. 지구의 모든 문명을 내치고 자신들만의 고도 문명의 왕국을 세우려는 듯. 하지만 사실 이처럼 엄청난 문명의 외계인의 눈에 인간이나 침팬지, 고양이나 뭐 다를 게 있단 말인가. 그들에겐 인간의 언어 문명이나 돌고래의 의사 소통 체계나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저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의 시선은 마치 외계인의 눈길 같다. 인간은 수천년 동안 지구상에서 유일한 문명ㆍ문화의 소유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드발은 이 같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이분법적인 문화관에 칼날을 들이 낸다. 그는 침팬지 등 영장류의 문화와 인간의 문화는 양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질적으로 그다지 다른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초밥 요리사가 수년동안 연장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따라 하기를 통해 뛰어난 요리를 터득하게 되는 것처럼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도 연장자를 지켜보고 따라 하면서 문화를 배워간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를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의 최소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내 생각에 그것은 습관과 정보가 유전에 의거하지 않고 전파되는 것이다. 그 외의 설명은 군더더기일 따름이다”는 말은 실로 엄청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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