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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중기씨] 신임 사무관 생산현장 체험

중소기업 속사정 직접 듣고 느끼고…할 일이 뭔지 깨닫게 되네요<br>"애로사항·인력난 원인 고민해보는 시간 가져<br>해당 부처 배치받으면 경험살려 정책 만들 것"

'5급 신임 사무관 대상 중소기업 현장체험(6월24~28일)'에 참여한 신임 사무관들이 경기도 의왕 벨리도너츠 공장 튀김기 앞에서 도넛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의왕=이호재기자

지난달 26일 경기도 의왕의 토종 도넛 제조업체 벨리도너츠 공장. 하얀 위생복을 입고 에어워셔룸을 통과하자 라인별로 3~4명 이상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발효과정을 거친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튀긴 뒤 과일잼이나 초콜릿 등을 첨가하는 공정이다.

수십명의 직원 대부분이 40~50대 이상인 데 반해 곳곳에서 앳된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6월24~28일 닷새간 벨리도너츠 견습직원으로 일하게 된 6명의 신임 사무관들이다. 밀가루가 잔뜩 묻은 하얀 앞치마를 두른 이들을 보는 정연택 벨리도너츠 대표의 표정은 흐뭇했다.

같은 시간 이들 6명의 사무관을 포함해 제58기 5급 공채시험 합격자 총 321명 모두는 전국 113개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신임 사무관 대상 중소기업 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지난 2011년부터 27주간의 신임 관리자 과정 중 한주를 중소기업 현장체험에 배정해왔다.

현장체험을 시작한 지 겨우 사흘째지만 벨리도너츠에서 만난 6명의 교육생들은 할말이 많았다. 참여 중소기업 중 유일한 식품 업체였던 벨리도너츠는 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업무가 생각보다 고돼 중소기업의 애로가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윤이(24) 사무관은 "도넛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 많은 교육생들이 벨리도너츠에 지원했는데 이렇게 일이 힘들 줄은 몰랐다"며 "총 9시간의 근무시간 중 앉을 수 있는 시간이라곤 점심식사 시간과 30분간의 휴식시간이 전부라 너무 힘들지만 느끼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사무관들은 중소기업 현장의 인력난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우성(28) 사무관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벨리도너츠에 와보니 대부분의 직원이 부모님 연령대고 최고령이 68세더라"며 "취업난이 심각한데도 젊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손 사무관이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은 적은 급여와 열악한 근로환경일 것"이라고 의견을 내자 박세훈(27) 사무관은 "임금이 적고 일이 힘들어도 20~30년간 직업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면 근로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이견을 보였다. 그러자 대학생 시절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안산의 중소 장비업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서문휘(30) 사무관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이나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주변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체면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

정 대표는 5일에 불과한 체험기간이지만 사무관들이 스스로 중소기업 문제의 해답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근무 첫날 중소기업의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귀띔했다. 그 중 가업승계로 과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도 어렵고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매각할 생각에 걱정만 늘고 있다는 정 대표의 이야기는 교육생들의 마음속에 큰 숙제로 남았다.

정 대표는 "일본처럼 기업들이 3대, 4대로 승계되면서 기술혁신을 이어가려면 가업승계 때 부과하는 세금 부담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며 "세금을 내기 위해 공장을 파느니 제3자에게 매각한다면 그간 쌓인 노하우가 사라져버리고 말아 국가 경제발전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얘기를 수 차례 들려줬다"고 전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5일간의 체험활동에 대한 사무관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심지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 사무관은 "교육과정이 아니었다면 평생 중소기업 생산현장에 와볼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사장님은 물론 관리직과 생산직 직원들과 두루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으니 공직생활을 할 때 두고두고 활용할 만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남은 교육기간에 중소기업 현장체험을 토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조별토의 등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박 사무관은 "지금은 맛있는 도넛을 만들기 바빠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지만 남은 교육기간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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