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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80여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의 절세 투자세미나 현장을 메웠다. 연령대는 30대 중후반부터 70~80대 노년층까지 다양했으나 남녀노소할 것 없이 시종일관 눈빛이 진지했다.
이날 설명회장에서 만난 투자자 정지숙(70)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금융소득종합과세(이하 금소세)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는데 뉴스를 보니 이제 낼 수도 있겠더라"며 "선박펀드 같은 세제혜택 상품부터 우선 투자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부 김 모(54) 씨도 "올해 3년 만기로 상환되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 있는데 이자가 3,000만원을 넘는다"며 "남편이 얼른 상담부터 받고 오라고 해서 설명회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께 설명회가 끝난 후 자리를 떠나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은 현장을 찾은 증권사 직원들에게 질문세례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직원들은 상담예약을 잡느라 분주했다.
행사를 마련한 김만동 우리투자증권 대치 프리미어블루 센터장은 "당초 시간 여유를 두고 투자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연초부터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쳐 서둘러 행사를 준비했다"며 "당초 금소세 과세 대상이 금융소득 3,000만원 이상으로 거론되다가 갑작스럽게 2,000만원으로 낮춰지면서 특히 중산층 투자자들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고 설명했다.
전날 IBK투자증권 분당지점에서 열린 금융세제 세미나에도 30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회사원 김현경(36) 씨는 "이번 세제 변경은 고소득층보다 중산층에 큰 타격"이라며 "올해 투자전략은 세테크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금소세 기준이 종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금융자산 규모 5억~10억원 수준의 중산층 투자자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우석균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과장은 "금융자산 10억~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친 상태"라며 "최근에는 자산 규모 5억~10억원 수준의 중산층 고객들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3,000만원 안팎의 중간지대 투자자들이 대거 금소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위기에 처하자 대책 마련에 분주해진 것. 이에 따라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절세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던 상품들이 중산층 고객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 과장은 "과거 수익 발생시점을 분산하기 위해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활용하던 상품이 월지급식 ELS 였는데 최근에는 중산층 고객들이 이를 모방하고 있다"며 "비과세ㆍ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이 있는 상품의 주요 고객군이 중산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자산규모 10억~3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은 차분한 모습이다. 과세 기준이 4,000만원이든 2,000만원이든 모두 최고 세율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위험 대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세후 수익률을 기준으로 세제혜택이 있는 즉시연금은 연 3.6%지만 코스피200ㆍ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4%대라면 어느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며 "많은 자산가들이 세제혜택 대신 고수익을 택하고 있고 어차피 내야 하는 세금이라면 수익률이라도 높이자는 것이 최근 VIP 고객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제 혜택과 높은 기대수익률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늘리는 VIP고객도 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주식은 매매차익이 비과세인데다 올들어 경기 반등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어 주식이나 국내주식형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 과장도 "ETF는 보유기간 과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기간을 조절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환매기간이 길어 세금 부담을 예측하기 어려운 중국 본토 펀드 대신 직접 보유기간을 조절하며 내야 할 세금을 예측할 수 있는 중국 본토 ETF로 갈아탄 고액자산가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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