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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최태원, SK가 다시 뛴다] <상> 오너경영의 진수… 시작된 공격투자

[8·15 특별사면] SK하이닉스 3조 추가 투자… 사우디 화학공장 설립 앞당긴다

SK이노베이션 북미 석유개발도 활기 기대

지지부진하던 2차전지사업 규모 확대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이 발표된 13일 오전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앞을 한 직원들이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SK는 최 회장의 사면·복권을 계기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권욱기자


지난 2012년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을 찾았다. 그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첫 방문이었다.

당시 하이닉스 직원들과의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 술자리에까지 참석한 최 회장은 하이닉스 직원들의 환대에 "하이닉스가 행복할 때까지 직접 뛰겠다"고 화답했다.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하이닉스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보기 드물게 웃는 얼굴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당시 적자 상태였던 SK하이닉스는 이듬해인 2013년부터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그동안 여타 SK 계열사들이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SK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SK그룹의 지난해 총 매출은 165조원. SK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0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13일 최 회장의 사면과 함께 SK그룹 안팎에서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가장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계열사로 SK하이닉스를 점찍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6조원을 투자할 예정으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빅2'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첨단 반도체 공장인 M14는 하반기에 준공, 가동에 들어간다.

당초 계획인 6조원 말고도 추가 투자가 긴급 단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이미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9월 차세대 고성능 모바일 D램인 '와이드 IO2 모바일 D램' 개발에 성공했으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비휘발성 기억장치)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의 2세대 제품 개발을 3·4분기 중 완료해 양산 준비를 갖추고 3세대 트리플레벨셀(TLC) 제품 역시 연내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는 데 어느 정도의 투자가 단행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SK종합화학과 사빅의 합작에도 날개가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SK종합화학은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SK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생산 중인 울산 넥슬렌 공장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설립 계획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당초 수년 내로 사우디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는 총수가 복귀하면서 보다 신속히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합작 법인인 'SSNC'는 독자 브랜드 넥슬렌을 내세워 다우케미칼·엑손모빌 등이 독점해온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사빅과의 협력 역시 최 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2011년 3월 중동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 2위 화학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사빅'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 회장과 알마디 부회장은 2004년부터 교류해왔지만 사업 협력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최 회장은 SK종합화학이 보유한 고성능 폴리에틸렌(넥슬렌) 기술을 소개하며 두 회사가 손잡아야 할 필요성을 설득했고 이후에도 10여차례 직접 사빅 본사로 날아가 협상을 진전시켰다. 4년도 더 지난 지난달 초, 두 회사는 마침내 긴 협상을 마치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해외 유력 기업과 손을 잡고 성장을 모색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일환으로 최 회장의 복귀와 함께 추가 합작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SK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합작을 추진할 때 계열사 CEO급이 나서는 것과 그룹 총수가 나서는 것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북미 석유개발(E&P) 사업이 보다 빨리 진척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텍사스의 셰일 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북미에서의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한 'US 인사이더' 전략을 실시해왔다.

E&P 분야에서도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따른 합작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밖에 그동안 LG화학 등 경쟁사에 비해 부진했던 2차전지 사업도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화·롯데그룹 등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과감히 투자한 것과 대조적으로 SK그룹은 정체된 분위기였다"며 "최 회장의 복귀와 함께 다시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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