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합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근본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스칼리지(Willams college)는 단순한 지식보다는 비판적 사고, 세계를 읽는 통찰력, 자신을 표현하고 남을 설득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수 2,000명의 작은 대학인 윌리엄스칼리지의 이름은 이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포브스 등이 매년 발표하는 전미 대학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면서 이 학교로 진학하는 한국 학생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버크셔힐스에 자리잡은 이 학교를 찾아 애덤 폴크(Adam falk) 총장을 만났다. 지난 4월 총장에 취임한 폴크 총장이 미국이 아닌 해외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학홍보실 측이 귀띔했다. 주목 받는 이론물리학자이자 40대의 젊은 총장인 폴크 총장은 첨단시대일수록 인문학적 바탕이 중요시되며 따라서 교양과정 중심의 대학인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대학 총장으로 부임하기 전 존스홉킨스 대에서 재직하면서 많은 한국 교수, 학생들과 교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고등학교까지는 매우 탄탄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대학 이상에서는 미국에 뒤져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끊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달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대학순위에서 아이비리그의 쟁쟁한 대학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습니다. 학생 수 2,000명의 작은 대학인 윌리엄스칼리지의 최대 강점은 무엇입니까. ▦대학교육의 목적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18~22세를 보내게 됩니다. 병역의무가 있는 한국은 다소 다르겠지만요. 대학 때 배우는 특정지식이나 특정기술은 한 인간의 인생과 큰 영향이 없다고 봅니다. 비판적인 사고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파악해내는 능력,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과 학생 간, 그리고 학생과 교수 사이의 교류(interaction)가 중요합니다. 대규모 교육에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과 교수의 비율이 7대1입니다. 왕성한 교류를 통해 인간과 학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포브스뿐 아니라 각종 기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술이나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첨단시대에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성공한 리더가 된 30대ㆍ40대ㆍ50대는 어떤 대학교육을 받았습니까. 19세 때 배운 엔지니어링 기술이나 지식이 지금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것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기술은 10년만 지나도 쓸모가 없어집니다. 대학교육을 통해 문화와 역사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키우며 글이나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 때 성공한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특정기술에 대한 대학에서의 교육은 큰 필요가 없어집니다. 오히려 인문학적인 바탕이 더욱 중요하게 됩니다. 윌리엄스칼리지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의학대학이나 엔지니어링 계통의 대학원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학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첨단기술과 인문학의 연관성이 갈수록 깊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전공한 물리학의 경우에도 많은 교수들이 리버럴 아츠 칼리지 출신입니다. -작은 학교에서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양질을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재정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 많은 학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윌리엄스칼리지는 굉장한 행운을 갖고 있습니다. 2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만큼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기금도 15억달러에 달하고 동문들의 지원도 가장 튼튼한 대학으로 꼽힙니다. 역사가 짧은 학교들은 이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한 재원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신입생 중 20%는 부모소득이 적고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서 선발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4월 총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40대 젊은 총장으로서 학교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어떻게제시하고 있습니까. ▦윌리엄스칼리지는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글로벌화와 다양성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4년 동안 작은 도시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글로벌화된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이곳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글로벌화된 학생, 세계를 담을 수 있는 커리큘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캠퍼스에서 많은 한국학생들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의 우월성을 언급하고 미국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한국 교육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존스홉킨스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한국인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와는 논문을 같이 쓰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배워야 할 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매우 탄탄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가치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봅니다. 미국도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교육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 비교한다면. ▦대학교육에서는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잘한다고 봅니다. 수많은 작은 대학, 규모가 큰 주립대학, 연구중심 대학 등 매우 다양한 대학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것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교육기회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들이 자신들의 추구하는 바에 따라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이 분권화된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한국 대학교육에 대해 충고를 한다면 각종 얽혀 있는 관계를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ㆍ실적주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봅니다. 또 여성에게도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이런 점들은 한국인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한국은 아주 뛰어난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뤄지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윌리엄스칼리지 진학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은 무엇입니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학은 단순히 성적이 좋을 뿐 아니라 학문적인 도전정신을 가진 학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적인 자발성을 갖춘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여기에 오면 MIT나 다른 규모가 큰 대학에서 가질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술적으로 재능이 뛰어나거나 각종 활동을 통해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학생들도 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