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체 품목을 대상으로 산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일반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서민 물가'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공식적인 수치로 드러나는 소비자물가는 2%대의 안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농축산물이나 전셋값 등의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물가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환율하락에 따른 '위장 물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0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 상승했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0.3% 내려앉았다. 지난 8ㆍ9월 2.2%(전년 동월 대비)씩 오른 데 이어 3개월 연속으로 2%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지표상 드러난 물가가 이처럼 낮아진 것은 지난해 국제유가 폭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았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지난달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워낙 빠르게 진행됐던 것이 작용했다. 실제로 10월 석유류 가격은 전월 대비 3.1%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0.18%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은 소비자물가를 되레 0.02%포인트 상승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제유가 오름세를 압도해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한 서민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축수산물가격과 신석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5%와 6.9%씩 상승했고 서비스의 경우도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1%와 2.0% 올라 체감물가를 압박했다. 특히 도시가스(9.5%), 택시료(15.7%) 등이 전년동월에 비해 크게 올랐다. 전세와 월세도 각각 1.3%와 1.0% 상승해 최근의 전세난을 반영했다. 특히 파는 55.3%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했고 국제적인 금값 상승세를 타고 금반지 값도18.6%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연말로 갈수록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저효과가 마무리된 만큼 환율이 뚜렷한 하락 추세를 이어가지 않는 한 상승압력이 커지고 국제유가도 이달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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