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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뉴욕 `섹스 박물관`
입력2003-12-17 00:00:00
수정
2003.12.17 00:00:00
안의식 기자
뉴욕에 `섹스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장소는 은밀한 뒷골목이 아니라 호화 상점이 즐비한 뉴욕의 얼굴이라고 할 5번가 코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욕이 선사시대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흐름 속에서 예술과 대중문화, 과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이다.
섹스 박물관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소프트웨어 업체를 차려 큰돈을 번 벤처 기업가 다니엘 글럭. 박물관의 이사 명단에는 저술가 카밀 파글리아, 디자이너 토드 올드햄 등 문화계 지식인들이 대거 올라있으며, 심리 및 의학 전문가 수십 명이 싱크탱크로 자문을 맡고 있다고 한다.
섹스 박물관의 첫 전시로는 `청교도에서 사이버섹스`까지란 부제가 달린 아메리카의 섹스전. 이후 뉴욕시로 한정한 성의 역사, 미래의 성, 1700년대 이후 미국 외설금지법의 역사와 성적 자유 발전사를 다루는 `합법적인 성` 등이 뒤를 잇게 된다.
당분간은 5번가 임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2004년 완공을 목적으로 7층짜리 건물 시공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성을 전시하는 스미소니언이 되겠다는 박물관측은 어디까지나 성을 문화, 학문적으로 접근하며 진지하게 논의할 열린 공간을 만들면서 섹스학의 중심지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시품목도 이상야릇한 성행위 기구보다는 당시 사회상이 담긴 상징적인 물건들이 다수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시대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의 자위를 막기 위해 고안했던 기구, 청교도들이 혼전 순결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특수 커플침대 등이다. 하지만 박물관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섹스란 말에 대형 문화단체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으며 플레이보이재단마저 외면했다. 비영리단체 설립을 관장하는 뉴욕주위원회는 섹스 박물관이란 명칭사용을 불허했다. 할 수 없이 `기업`으로 등록했지만 지원군도 생겨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 부설 `킨제이 섹스, 젠더, 생식 연구소`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한 기업가는 그 동안 모아 놓은 현대미술품 중 에로틱 아트를 섹스 박물관에 기증했다.
터부시되던 성에 존엄성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박물관 추진위는 “미술, 역사, 기술, 의학, 스포츠, 대중 음악 박물관까지 있는 마당에 왜 성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소는 없는가” 되묻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섹스 박물관은20세기 문화의 한 특징인 몸과 성에 대한 탐구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성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곧 성의 역사이다. 성을 터부시하기 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문화 발전의 토양이 될 것이다.
퍼스트비뇨기과원장 drkim@drim2u.co.kr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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