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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개 그림으로 '근하신년'

서공임展 한국일보갤러리·세화견문록展 예술의전당<br>전통 민화로 순박하고 친근한 이미지 담아내<br>시대의 재치·해학 그림으로 풀어낸 신년맞이



전통 민화 화가 서공임씨의 개 그림들.

묵은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레임이 교차하는 이맘때면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10초면 해결되는 핸드폰 메시지가 연하장을 대신할 정도로 초고속 시대지만 글자 몇자에 마음까지 전하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선조들에게는 복이 담긴 그림과 덕담을 건네던 세시풍습이 있었다. 새해에 드리는 큰 절을 ‘세배’(歲拜)라고 하듯이 이때 건네던 그림을 통틀어 ‘세화’(歲畵)라고 한다. 세화는 민화의 일종으로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중한 전통을 담아낸 세화를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전시회가 마련됐다. 한국일보사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서공임의 임술년길상화 초대전’(2006/1/3~2/5)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마련된 ‘세화견문록’(12/29~2006/2/12)이 그것. 전통적인 민화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민화의 창작을 고집해온 중견작가 서공임은 병술년 ‘개띠’ 해에 어울리는 전통 개 그림을 중심으로 한 길상화 개인전을 갖는다. 조상들은 십이지 동물 중 하나인 개를 집지킴과 애완의 개념에서 벗어나 잡귀와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는 벽사의 능력과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왔다. 전체적인 색채가 사찰에 걸린 탱화의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정이 묻어나올 정도로 순박하고 친근해 관람객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한다. 강아지들로 둘러 쌓인 어미개를 그린 ‘모견도’는 모든 잘못을 용서해 줄 것 같은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느껴진다. 눈이 셋 달린 개를 그린 ‘신구도’는 재앙을 물리치는 능력을 가진 동물처럼 네눈박이에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황룡, 닭, 해태, 까치와 호랑이, 거북이 등 상서로운 동물들이 담긴 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에 마련된 ‘세화견문록’은 현대 미술가들이 전통적인 세화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우리 미술의 본 모습을 찾아 낸 작가 16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민화가 담고 있는 원초적 생명력과 주술적 상징성, 순진무구함 등을 이 시대의 재치와 유머로 풀어냈다. 전시는 전통적인 기법을 이어받은 작품들을 모아둔 ‘이음’, 오늘의 아이콘을 변화시킨 ‘비틈’ 그리고 자유롭게 전통을 표현한 ‘즐김’ 세 부분으로 구분했다. 이음에는 모란도의 형식을 빌어 순수한 회화의 정신을 되살려낸 김근중의 ‘존재 5-12’와 플라스틱 폐자재로 제작한 서희화의 ‘목단기명도’가 눈길을 끈다. ‘비틈’에 전시된 서은애의 ‘애정과 신뢰’는 희소식을 기다리는 중년 아낙의 마음이 글자 ‘신’(信)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즐김’으로 구분된 안상수의 ‘알파에서 희읗까지’는 로마자의 시작인 ‘알파’로 시작된 선이 한글의 마지막 자음 ‘히읗’으로 끝난다. 지금은 서구문명이 대세지만 끝은 우리 문화가 이끌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송인상 학예사는 “연대와 작가미상으로 미술사에 편입하기를 꺼려하지만 민화는 우리 미술의 원류”라며 “형식미 위주의 서구 미술에 눌려 잊혀졌던 우리의 전통미감을 되살리고 그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복원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판화 작가인 홍익대학 임영길 교수의 세화 판화 100여점을 추첨해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마련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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