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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20일] 세종시와 국가의 '원칙'

"기업과 해당 지역에 혜택을 주는 걸 나무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우리조차 원칙이 헷갈릴 노릇이니…." 정부의 모 고위관계자가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던진 말이다. 최근 세종시 논란을 둘러싸고 기업도시니 경제도시니 연일 새로운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답답해서다. 세종시 계획변경을 두고 쏟아져 나오는 대안들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의 이전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구체적인 이름과 계획들까지도 거론된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에서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원칙의 문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문제를 다루겠다는 정부가 정작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는 '변칙'을 쓰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를 기업 중심의 경제ㆍ과학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간투자자에게는 싼 값에 땅을 공급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재정적 인센티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를 일정기간 아예 면제해주겠다는 방안까지 들려온다. 과하다 싶은데도 이전하겠다는 기업만 나오면 이보다 더한 혜택이라도 줄 태세다. 정부가 앞장서 이런 혜택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경제자유구역(FEZ)이 대표적이다. 외자유치를 위해 당시 정부가 도입했던 '매우 예외적인 제도'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사실상 '1도 1자유구역'방식으로 변질되면서 FEZ는 원칙만 잃고 외자유치도 실패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과연 우리 정부에 원칙은 있는지 궁금해진다. 한편에서는 온갖 정치적 이유에 따르는 혜택으로, 또 다른 편에서는 상식에도 어긋난 각종 규제로 원칙은 점점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다. 백년대계를 이유로 세종시를 바꾸겠다면 백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원칙을 내세워야 한다. 1~2개월 안에 나올 성과물에 집착한 채 원칙에 어긋나는 당근만 내세우다가는 훗날 또 다른 변칙을 낳을 뿐이다. 시장은 당장 듣기에 달콤한 혜택이 아닌,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부의 원칙을 바라고 있다. 원칙은 세우기보다는 지키기가 어렵고, 지키기보다는 바꾸기가 더 어렵다는 걸 이번 세종시 논란을 통해 정부는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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