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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곳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곳감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얼마 전 목사님 한 분이 TV 아침 프로에 출연해 달랑 책 한 권 읽고 세상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물의 한면만 보고 마치 그게 전부인양 목소리를 높이는 단세포적 유형의 인간이 확고한 신념에다 열정까지 갖췄다면 더더욱 무섭다고 했다. 우리사회 공격적 성향 강해져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던 그 목사님은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고 또 세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생각만이 전부라고 우기는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나에게는 무한정 관대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자기중심적 사람들이 많을 때 우리사회는 정말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 목사님은 세상에는 갖가지 부류의 사람이 각자 개똥철학으로 살고 있어 다양한 가치가 혼재하고 있다며 서로를 존중할 때 우리사회는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목사님 말처럼 우리 사회는 갈수록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각박하다 못해 심지어 살벌하다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최소한의 배려 조차 찾아 보기가 힘들다. 상황이 이럴진대 상대의 이해를 바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스런 기대일지 모른다. 마치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으로 아예 남의 말에는 귀를 막고 내가 옳다고 악을 써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어서인지 매사가 공격적이다. 선배 국회의원의 충고에 ‘앞으로 두번 다시 군기 잡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물어 뜯어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니 가히 우리 사회의 공격적 성향은 도를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독기가 잔뜩 올라 누군가 와서 툭 치기만 해도 바로 멱살잡이로 이어질 듯 살벌한 사회 분위기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역 노숙자들도 동료 노숙자의 죽음이 철도공안의 구타에 의한 것이라며 소동을 피울 정도니 사회 구성원의 불만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지난 2년 동안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던 서민들도 이제는 기대를 접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기다리는 눈치다. 이처럼 악에 받힌 듯 보이는 사회 분위기는 경제적 어려움도 물론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세상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젊은 의원들이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만 했지 공부를 하지 않아 아는 게 없다고 사고의 척박함을 질책 했을까.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분명히 틀렸다’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가 계속된다면 우리사회는 피곤하다 못해 갈등과 반목, 질시로 멀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도서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미있는 대목이 눈에 띄어 위안이 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17대 국회의원들이 국회도서관에서 대출해간 책은 모두 1만4,234권으로 의원 1인당 평균 47.61권을 빌려 간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지난 1년 동안 읽은 책이 평균 11권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단한 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좀더 주목 해야 할 부분은 이들 의원들이 대출해간 서적의 주제별 분류를 살펴보면 1순위가 문학과 정치분야가 16.95%로 가장 많았고 경제, 역사, 사회과학ㆍ일반분야가 뒤를 있는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독서통해 여유·관대함 배워야 학교 다닐 때 주로 사회과학 서적을 편식했을 법한 젊은 의원들이 문학서적을 비롯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상대방을 향한 공격적 언어가 사라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보고 대통령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언론도 조심스레 보도하고 있다. 물론 좋은 현상이다. 대통령까지 경제에 전력투구 하겠다고 나선만큼 올해 우리경제는 지난해 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경제가 좀 나아지면 책을 읽는 여유도 생길 것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어 공격적 성향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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