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한달 만에 1,390원대로 치솟았고 스와프시장도 달러 수요가 커지며 환율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위쪽으로 치우치면서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달 만에 1,390선 복귀=15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44원50전 급등한 1,392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0일(1,393원80전)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주가하락 여파로 줄곧 상승세를 지속하다 장 마감 30분을 남겨두고 주가 낙폭이 확대된데다 역외세력의 매수세와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겹치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외화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도 환율 상승을 견인했다.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가늠하는 통화스와프(CRS)금리 1년물은 0.9%포인트 하락한 –0.6%를 기록, 지난달 8일(-0.2%) 이후 한달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CRS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달러를 빌리기 위해 원화 이자까지 웃돈을 얹어줄 정도로 달러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CRS금리와 이자율스와프(IRS)금리 차이인 스와프베이시스는 올 들어 최고치인 -318까지 확대됐다. ◇주변 여건 온통 지뢰밭=최근 환율 상승의 가장 큰 변수는 주가다. 이날 급등한 것도 외국인이 1,8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주가폭락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시장 수급은 비교적 균형인데 환율이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증시 불안으로 달러 매수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환율 상승의 주범이다. 전일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31달러로 마감, 1개월 내 최저치로 하락했다. 유럽 경기가 추락하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하락이 예고돼 유로화 하락 압력은 더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금융시장 불안ㆍ유럽경기 추락→안전자산 선호→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과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 한국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 상승 등도 원화약세의 요인이다. ◇불안한 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환율의 수급 사정이 다소 개선돼 무작정 치솟기는 어렵겠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상당한 변동성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팀장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위쪽으로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에는 1,300~1,50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수급적으로 보면 환율이 지난해처럼 일방적으로 치솟기는 어렵겠지만 주변 여건상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한동안 상승 쪽에 무게를 싣고 등락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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