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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2월 14일] 작은 승자에게 박수를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되돌아보며 회상에 젖는다. 관심 없는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국내의 크고 작은 갤러리에는 1년 동안 수많은 작가들이 수많은 전시를 한다. 공들여 작품이 완성되면 도록ㆍ엽서 등 홍보물을 제작하고 액자를 만들며 스스로 작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언론사의 관계자들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심지어 온라인 홍보도 본인이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무명의 작가들은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부터 갤러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록을 나눠주고 설명하는 것까지 모든 PR비용이 개인적인 몫이다. 그래서 전시를 한번 하면 적어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은 날아간다는 말도 들린다. 작가라는 사람처럼 무모하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미술계에서 블루칩 작가가 되는 확률은 연예계에서 광고 한편 찍을 확률보다 낮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작가가 기억되는 작가보다 훨씬 많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이 있어서 열정을 다해 전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내가 아는 한 분은 단벌신사에 교통비가 없을 때가 있어도 작품을 위한 재료, 전시에 출품하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전시 출품을 위해 아침부터 작품을 싸서 직접 옮기고 또 전시가 끝나면 가지러 가는 그 무수한 반복을 계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에 타협하고 돈과 명예를 좇아 쉽게 살려고 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내면의 열정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은 위대하다. 좋은 평판을 듣게 되거나 판매 성과가 있을 때면 그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 희열인지 모른다. 한 해를 돌아보며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대단한 인물과 비교하기보다는 어떤 무명 작가의 진실된 삶을 생각한다면 더 좋은 회상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경건성이고 거룩함이다. 그것만큼 진실되고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한해 동안 얼마나 정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진심으로 달려왔는지 많은 작가분들 앞에 생각해본다. 세계 미술시장 중에서도 한국 미술 시장은 빈익빈 부익부가 매우 심하다. 앞으로 작품 구입 취향도 다변화되고 다양한 작품이 사랑 받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무명의 작가들을 비롯, 한해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승리자들에게 감사와 수고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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