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몰고 온 후폭풍이 매섭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 수출을 이끄는 주력 제품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ㆍ자동차ㆍ기계류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들이 대표적이다. 4월 들어서는 석유제품으로까지 수출 감소세가 확산됐다. 그나마 삼성ㆍLG의 휴대폰과 스마트 기기들이 선방한 덕에 국내 수출이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자동차ㆍ철강ㆍ기계 이어 석유제품까지=올 들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대표 품목인 자동차ㆍ철강ㆍ일반기계류의 수출 하락세는 뚜렷하다.
1~4월 수출 실적을 보면 자동차 -3.3%, 철강제품 -11.4%. 일반기계 -1.3% 등 모두 마이너스다.
자동차는 신차가 본격적으로 수출되고 주요국에 딜러망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노사협상 타결 지연으로 휴일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1ㆍ4분기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가 4.8%나 늘어난 반면 한국 차는 3.4%나 줄었다.
철강부진은 전세계 시황 악화에 따른 단가 하락의 여파가 있지만 대일 수출감소(-18.2%) 폭이 크다는 점에서 엔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4월 들어서는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제품도 11.3%나 수출이 줄었다.
◇대일 수출 무너지고 미국ㆍEU도 흔들=일본으로의 수출은 엔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일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 7.4% 반짝 증가한 후 2월 -171%, 3월 -18.2%, 4월 11.1% 등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4월 자동차의 일본 수출이 53.3%나 줄었고 석유제품(-22.2%), 철강제품(-18.2%), 컴퓨터(-12.7%) 등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4월 수출실적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은 대EU 수출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점이다. 대EU 수출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4월 들어 4.9% 증가했다. 하지만 EU의 경기가 여전히 불안해 이 같은 호조세가 이어지리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미국으로의 수출도 4월에 2.1% 증가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1년을 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ㆍLG 휴대폰이 지켜주고 있는 수출 전선=엔저의 악조건 속에서도 4월 수출이 0.4% 증가한 것은 휴대폰과 스마트 기기들 덕분이다. LTE 스마트폰의 수출증가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무선통신기기는 4월에 수출이 무려 51.3% 증가했다. 중국ㆍ베트남ㆍ브라질ㆍ인도 등 해외 공장의 가동률 확대로 휴대폰용 부품 수출이 증가한 덕도 봤다.
태블릿 PC 등 스마트기기 수요 증가로 D램 및 낸드 단가가 인상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AP 등 시스템반도체 수출 성적도 좋아졌다. 3D TV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가전 분야 수출도 8.8%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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