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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지정제 연내 없앤다] ‘무늬만 벤처기업’ 무임승차
입력2003-01-07 00:00:00
수정
2003.01.07 00:00:00
박동석 기자
국민의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벤처정책이 수술대에 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행 벤처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가 과도한 정부의 개입에 있다고 보고 지원의 틀을 시장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쉽게 말해 정부는 벤처에 대한 옥석가리기에서 손을 떼고 대신 민간이 벤처로 인정한 기업들에만 자금ㆍ인력ㆍ판로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술력이 없으면서 정부에 줄대기만 잘하는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득세하는 반시장적 행태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정부 지원에 길들여져 있는 벤처ㆍ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돼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 전문가들은 시장시스템에 의한 벤처정책의 성패는 우량 벤처기업을 선별하는 벤처캐피털 산업의 역할 여부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무임승차 차단=차기 정부가 벤처정책의 뼈대인 벤처지정제도를 폐지하려는 것은 이 제도가 비시장적인 조치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연구개발 투자기업
▲특허기술 개발기업
▲벤처평가 우수기업 등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업들에 대해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들은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벤처확인증을 받자마자 법인세ㆍ소득세 50% 감면,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50% 감면 등 엄청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도시 지역에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벤처기업은 등록세 3배 중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직ㆍ간접 금융지원과 입지ㆍ수출판로지원을 받고 병역특례자들을 우선 지원받는 등 인력들도 싼값에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무한경쟁ㆍ적자생존의 냉엄한 질서가 형성돼야 할 벤처시장에 나태한 경영마인드가 싹트게 되고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각종 부패가 만연하게 됐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진승현ㆍ정현준ㆍ이용호ㆍ윤태식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가 잇따른 것도 여기서 화근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검증된 벤처만 지원=이러다 보니 일단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기만 하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는다`는 보증수표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정부가 조장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자들 사이에 “정부가 인증한 벤처기업=기술력 높은 기업” 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무차별ㆍ묻지마 투자를 야기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지정해 지원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는 벤처캐피털 등 시장을 통해 검증된 벤처기업만을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활성화=인수위는 그동안 무차별적인 지원이 축을 이뤘던 벤처정책을 건전하고 강한 벤처기업을 선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벤처정책에 시장의 논리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벤처정책의 방향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정책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우량 벤처기업을 골라 자금과 기술ㆍ경영을 도와주는 벤처캐피털 산업을 대폭 정비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벤처캐피털이 지난 98년 60개에서 5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지만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회사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스닥기업 대거 퇴출될 듯=인수위는 코스닥시장이 붕괴될 경우 벤처산업도 존재할 수 없다고 보고 코스닥시장을 크게 활성화할 계획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대거 퇴출의 길을 밟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인수위는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를 지금보다 크게 확대하고 락업(Lock-Up)제도를 개선하는 등 우량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릴 방침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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