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달러 패권시대' 저무나

석유거래 '달러 배제' 극비 추진… 새 국제 금융시스템 논의도 활발<br>'새 통화바스켓' 논의 보도에 日·사우디선 즉각 공식부인<br>실제 진행 여부는 불투명하나 美, 달러방어에 점점 힘 부쳐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 이후 65년간 유지된 미 달러 패권시대는 저물 것인가.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달러화의 미래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은행(WB) 등 글로벌 금융기구 수장들이 달러에 의문을 표시하는가 하면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은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기준 통화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아랍 국가들과 중국ㆍ일본 등 주요 석유 수출ㆍ수입국들이 석유 거래에서 미국 달러를 제외하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해 달러화 흔들기가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인디펜던트는 6일 '달러의 종말(The Demise of Dollar)'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은 중국ㆍ러시아ㆍ일본ㆍ프랑스 등과 함께 석유 거래에서 달러 대신 사용할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와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은 이날 인디펜던트 보도에 대해 즉각 공식 부인, 사실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최근의 약달러 움직임과 함께 들려오는 이 같은 보도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에는 충분하다. 신문에 따르면 새 통화 바스켓에는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로, 금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단일 통화 등이 포함돼 있다. 신문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ㆍ일본ㆍ브라질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비밀회의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진행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소식통은 러시아 루블도 새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며 브라질과 인도도 이 계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새 통화 설정시기는 9년 후인 오는 2018년으로 정해졌으며 이 때까지 과도기에 사용될 통화로는 '금'이 유력하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인디펜던트의 보도대로 중동의 주요 석유 수출국과 중국 등 소비국의 달러 배제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달러에 메가톤급 충격을 미치면서 몰락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새로운 금융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재평가 또는 복수 기축통화 체제의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번번이 달러 일극체제를 공격했고 미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몇몇 선진국들이 달러화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역할을 유지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고 과거 달러 공격을 주도했던 중국이 사실상 침묵하면서 표면적으로 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은 잠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심해졌다. 각국 대표들이 '균형성장'을 주창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우회적으로 흔들어놓은 것이다. G20은 각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달러 약세를 국제적으로 용인한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달러 약세에 대한 미국의 '의도적 방관(benign neglect)' 정책이라는 것이다. 달러 약세는 교역 상대국 화폐의 절상을 의미한다. 현재 더구나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방관하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뾰쪽한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 방어에 점점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올해에만 1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등 미국 경제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의 급격한 약세 흐름이 이를 말해준다. 6일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9.19엔으로 90엔선이 붕괴됐다. 로버트 졸릭 WB 총재가 더 나아가 "미국은 달러의 지위가 기축통화라고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달 28일 존스홉킨스대 연설에서 그는 "이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변화하고 있다. 점차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막한 국제통화기금(IMF)ㆍWB 연차총회에서도 달러화 기축통화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를 미리 차단하고 나서는 눈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터키에 입국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강한 달러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7개국(G7) 역시 IMFㆍWB 총회에 앞서 별도 모임을 갖고 달러 기축통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