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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구조조정 흔들린다
입력1999-08-30 00:00:00
수정
1999.08.30 00:00:00
김영기 기자
제일은행은 연내 매각이 힘들어진 상태에서 서울은행마저 사실상 결렬을 선언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여타 시중은행들도 엄청난 세금으로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기도 전 대우사태 등으로 발생한 추가부실채권에 휘말려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지경이다.대한생명 처리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해외 신뢰도만 잃은 채 금융기관을 멍들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반발에 따라 법정소송까지 비화돼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정상화가 지연됨에 따라 회사의 영업권 등 무형의 가치가 훼손, 국민의 부담만 늘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경우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환란 이전으로 원점 회귀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 분위기를 시급히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금융구조조정=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30일 외신기자회견에서 『HSBC와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서울은행 매각협상은 사실상 중단상태』라고 밝혔다. 李위원장이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각협상 결렬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李위원장은 당초 HSBC가 MOU를 통해 금감원 기준에 따라 자산·부채를 실사하기로 약속하고도 국제기준에 따라 자산·부채를 실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서울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조~5조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대우협력업체 지원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은행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으로 여신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클린화 원위치=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눈에 띄게 향상된 게 금융기관들의 「클린화」였다. 환란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52조원의 세금을 쏟아넣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추가로 얼마 만큼의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삼성차 법정관리에 이어 대우 워크아웃의 여파가 겹치면서 그나마 깨끗한 상태로 변했다던 시중은행들도 다시 멍들어가고 있다. 현재의 잔여재원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던 정부도 추가 세금투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도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 금세 완료될 것으로 보였던 매각작업도 오리무중이다. 李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제일은행 매각과 관련, 『이제 겨우 의향서(TOI) 작성단계에 있으며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또 몇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해 연내매각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 증가 등 다소의 부담을 안더라도 국민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필 필요 없이 신속하고도 체계적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 국민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구조조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최창환기자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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