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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화이트데이는 2월 발렌타인데이와 함께 연인들의 날로 꼽힌다. 올해도 오는 14일 화이트데이를 더욱 빛나게 할 공연들이 많다.
우선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듀란 듀란(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오리엔 탱고(14일 분당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 등이 눈에 띈다.
올해 데뷔 34년째를 맞은 80년대 꽃미남 영국밴드 듀란 듀란의 내한공연은 1989년 2007년에 이어 3번째다. 듀란 듀란은 이번 공연에서 80년대 히트곡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사이먼 그론과 존 테일러 등 원년 멤버들이 무대에 선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연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주자'라는 평이 붙어있는 로랑 코르샤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의 멤버로 구성된 포어스트만 콰르텟과 함께 기존 클래식 레파토리는 물론'쉰들러 리스트'영화음악의 주제곡들도 선사한다. 또 2002년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오리엔 탱고는 이번 공연에서 지난 10년간 오리엔탱고가 발표한 곡 중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중심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화이트데이에 맞춰 공연 중간에 연인들의 사연 소개와 경품 추첨 등의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공연의 메카'인 대학로에서도 화이트데이는 특수 기간이다. 연인과 함께 볼만한 달콤한 공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대학로 예술마당 1관)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공간 필링1관) '빨래'(학전그린) '카페인'(컬쳐스페이스 엔유) '밀당의 탄생'(PMC자유극장)과 연극 '서툰사람들' '리턴 투 햄릿'(동숭아트센터), '인물실록 봉달수'(대학로예술극장) 등이 요즘 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찾아나선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의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다. 2006년 초연 이후 로맨틱 뮤지컬로 이름을 쌓아온 창작 뮤지컬로 남성 관객 예매율이 높은 뮤지컬로도 유명세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명의 드라마를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배우 김수로가 제작PD를 맡아 화제다.
'빨래'는 임시직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인 이주노동자 '솔롱고'를 축으로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코믹 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시적인 가사와 생생한 캐릭터 묘사로 큰 공감을 사며 장기공연을 이어왔다.
'카페인'은 연애에 숙맥인 여자와 연애의 고수인 남자라는 정반대 캐릭터를 통해 연애를 둘러싼 그 남자, 그 여자의 서로 다른 심리를 포착한 대사들과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가 관객들의 공감 코드를 자극한다는 평이다. '밀당의 탄생'은 선화 공주와 서동 도령이 연애에 능한 선수였다는 가정아래 랩과 클럽 댄스 등 다양한 현대적 요소들을 버무려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다.
장진식 유머를 경험하고 싶다면 연극 '서툰 사람들'과 '리턴 투 햄릿'이 제격이다. '서툰 사람들'은 어설픈 도둑 장덕배와 자기 집에 훔쳐갈 귀중품이 없는 것이 안쓰러워 비상금 위치까지 먼저 털어놓는 순진한 집주인 유화이가 보내는 하룻밤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또 '리턴 투 햄릿'은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배우들의 꿈과 열정, 갈등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반추해 본다. '인물실록 봉달수'는 가수 겸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씨가 10년만에 연극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화제다. 외골수 노인과 까칠한 여작가가 펼쳐나가는 러브스토리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연계는 가격이 다소 높은 것도 부담이 없다면 뮤지컬 '엘리자벳''닥터 지바고'등도 화이트데이용 공연으로 추천하고 있다.
화랑가가 미술시장의 인기작가를 내세운 기획전으로 야심차게 봄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화랑가에서는 휴가철인 여름과 외출이 줄어드는 겨울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반면 봄과 가을은 성수기로 분류된다. 시장 침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주요 화랑들은 시장 수요가 탄탄한 인기작가를 내세워 미술애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싱그러운 녹색의 봄빛이 가득한 '보리밭 화가' 이숙자(70)의 개인전을 9일부터 갖는다. 1970년대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회화 40여점과 크로키 30여점 등으로 40여년의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한국채색화의 전통을 이어 순지 5겹을 덧대 만든 캔버스 위에는 싱그러운 초록빛 물결부터 금빛과 은빛, 보랏빛까지 보리밭이 넘실댄다. 에메랄드, 수정 같은 보석 원석을 갈아 만든 안료를 사용해 반짝임이 유난하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친 보리밭의 힘찬 생명력에서 영감을 얻어 '보리밭' 연작을 내놓으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한 서구형 미인들이 보리밭에서 나체로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작은 화려한 꽃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여성의 누드화 '이브-봄 축제' 시리즈를 선보였다.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는 13일부터 동양화가 이왈종(67)의 개인전이 열린다. 20여년 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간 이 화백은 이후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라는 큰 주제 아래 골프와 안빈낙도의 삶을 소재로 이국적인 정취와 절경을 그려오고 있다. 한결 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작품은 매 전시마다 '솔드아웃' (매진)을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년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회화 60여 점과 부조, 목조, 도자기와 향로 등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품에는 세속의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물아일체의 경지를 꿈꾸는 조선선비의 은일정신을 추구하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있다. 특히 이왈종 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인 한지와 흙, 오브제를 사용해 표현한 부조 형식의 도툼한 질감효과는 제주의 돌담을 연상시키며 작품에 서정적 정취를 더한다.
정통 문인화로 꾸준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문봉선(51)은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 전관에서 묵란(墨蘭)전을 14일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사군자의 첫 번째로 매화를 선보이며 수많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주제는 난으로 잡았고, 맑은 향기가 스스로 멀리 간다는 뜻의 '청향자원(凊香自遠)'을 전시제목으로 정했다. 지난 35년간 연구한 난 그림의 결과물인 100여점의 작품이 춤을 추듯 화폭에 펼쳐져 그윽한 향을 내뿜고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화법과 과감한 새로운 화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공간 구성도 채움과 비움의 미학을 절묘하게 변주한다. 특히 9m가 넘는 10폭 대작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전시는 모두 4월1일까지 열린다.
한편 1960년대 미술의 우상으로 꼽히는 작가 에바 에세의 초기작 등 희소성 높은 고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국제갤러리의 전시와 YBA(young British Artistsㆍ영국의 전위적인 젊은 현대미술가 그룹)의 스승이며 영국 개념미술의 선두주자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아시아 최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현대 사간동 신관 전시도 마찬가지로 미술사적 검증을 거친 작가들을 통해 성수기 미술애호가들을 겨냥한 기획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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