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국감 증인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기관장·부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더 이상 국감이 기업감사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어 "정확한 사실관계의 파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인 증인 채택은 예외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며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투는 기업 대표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ㆍ정무위원회 등 국회 주요 상임위에서 채택된 기업인·민간단체 대표는 145명이다. 이는 2011년(61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일반증인은 110명에서 202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 대비 기업인ㆍ민간단체 대표의 비율은 55.4%에서 71.7%로 높아졌다.
올해 역시 경제민주화의 거센 칼날이 재계를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간접고용ㆍ산업재해 등의 굵직한 이슈가 많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노동계 등의 표적이 되고 있는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감장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노동계가 개별 기업의 현안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고 있어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총은 "증인으로 출석해 죄인 취급 당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공개되면 기업가 정신이 훼손되고 반(反) 기업정서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국감의 관행도 과도한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4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총 100여명의 기업 경영진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야는 17~18일 양일간 국회에 출석할 동양 경영진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의혹 등 도덕성 해이 문제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기업 총수가 국감에 이틀 연속으로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밖에 일감 몰아주기, '갑(甲)의 횡포' 논란과 관련해서는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박재구 CU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박봉균 SK에너지 대표,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 등 총 63명의 일반증인 명단이 1차 확정된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도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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