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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그게 민간기업이었다면...
입력1999-03-25 00:00:00
수정
1999.03.25 00:00:00
金熹中사회부차장한번 생각해보자. 한 민간기업이 외부연구기관에 46억원을 지불하고 경영진단을 의뢰했다. 조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 기관은 6개월에 걸쳐 조직을 샅샅이 파헤쳐 분석했다. 그 결과 부서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직원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런데 어이된 영문인지 그 회사 부사장은 조직은 더 늘렸고 직원도 별로 줄이지 않았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직원들은 지난 6개월동안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했다. 그 부사장이 과연 자리에 붙어있을 수 있을까.
이런 경우도 있다.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재벌 계열사 사장이 외국기업과 협상을 하러 갔다. 협상파트너는 그동안 술자리에서도 자주 만나 서로 형님, 아우하는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장은 별다른 준비없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귀국해서보니 주주들이 난리다. 이제는 장사를 할 수 없게됐다며 연일 시위다. 결국 재벌회장이 주주들에게 1,300억원을 보상해 줬다. 생돈을 날린 재벌회장이 그 사장을 가만히 놔뒀을까.
대답은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에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우리 정부안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을 한답시고 6개월간 46억원의 예산을 들인 개혁안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꼴이 됐다. 한·일 어업협상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더라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도 1,300억원의 국가예산을 축냈다.
그런데도 나라 곳간을 축낸 사람들은 건재하다. 민간기업체였더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정부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런 예산을 축낸 사람들에게 이렇다할 징벌을 하지 않는 정부의 무감각이다. 그러다보니 사고를 친 사람들 역시 별다른 책임의식이나 죄책감 같은 것도 없는 것같다.
이제는 안된다. 국민이 낸 혈세로 자신의 실수나 부처의 과오를 덮어버리는 일이 「국민의 정부」에서 반복돼서는 안된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부실행정때문이 아니었던가. 바로잡아야 한다.
당리당략을 위해서 느닷없이 장관을 사직하겠다는 사람, 책임을 아랫사람과 하부조직의 업무미숙으로 돌리는 사람,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조직을 이용하는 사람은 공직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
이 나라, 이 백성이 가깝게는 국제통화기금의 관리를, 멀게는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게된 이유는 자칭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나라와 민족보다는 자신과 당파의 이익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국민의 정부」다. 여느 정부보다 깨끗하게 출발했다. 그래서 지난 1년동안 대다수 국민들은 『이 고통만 견뎌내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며 정부를 지지했다. 그러나 집권 2년째인 지금 하나둘 나사가 풀리고 있다. 행정부실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 연립정부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반세기만에 이룬 정권교체다. 국민의 정부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권교체의 의미를 곰곰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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