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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공급경제학의 매력
입력2005-08-31 17:06:32
수정
2005.08.31 17:06:32
박시룡 <논설실장>
내년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이하 서민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종 공제와 감면혜택을 줄이다 보니 주로 봉급생활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득 파악률이 낮은 자영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물고 있는 봉급생활자들로서는 적잖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 공제와 감면을 최대한 줄이려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중산층을 비롯한 서민층의 세부담이 늘게 되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이렇게 세금 문제를 따지다 보면 자연 공급경제학(Supply-Side Economics)를 떠올리게 된다. 지난 80년대 중반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해 레이거노믹스로도 불리는 공급경제학은 세금을 깎아주면 경기가 활성화돼 조세수입이 늘어나고 따라서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 재정수입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분위기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공급경제학은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세율을 낮춰주면 경기가 활성화돼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다는 레이거노믹스는 정통 경제학자들로부터 심한 비판과 저항을 받았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공급경제학에 바탕을 둔 감세정책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감으로써 미국 경제는 80년대 이후 장기간 호황을 누렸다.
美 감세정책으로 장기호황 누려
장기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이 같은 공급경제학적 접근방식이 상당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 5%에 가까운 성장과 30%를 넘는 수출증가율, 20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극심한 내수부진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수출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국내수요의 기여도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수출과 내수간에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품목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출이 잘된다지만 그 혜택은 일부 품목의 대기업들에만 돌아가고 내수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비교적 양호한 거시지표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경제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내수부진으로 고통받는 분야가 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소비를 살리면 경제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방법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가계가 은행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는 바람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소비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활동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비 여력이 있는 부유층들은 국내소비보다는 해외소비에 더 열중이다. 국내소비는 꿈쩍도 않고 있지만 해외소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내수활성화 위해 세부담 낮출 때
이럴 때에 공급경제학을 바탕으로 과감한 감세정책을 편다면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근로소득세의 과세구간을 조정하거나 세율을 낮출 경우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소비증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대표적인 간접세로 서민층의 세부담이 높은 부가세를 낮추는 것도 세제 선진화 효과와 함께 국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내년 세제개편안은 일상적인 손질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세수부터 챙겨야 하는 조세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수 실종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심각한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시점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레이건의 용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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