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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공간 눈길 '동상이몽'

男 "예뻐서 보는데 뭐가 문제야"<br>女 "힐끔힐끔 쳐다보니 불쾌해"<br>男-목적·女-관계 지향적 서로 보지만 느낌은 달라<br>여자들 우월감 느끼려고 같은 여성들 시선도 의식


#1. 회사원 김모(남)씨는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한 여성을 무심코 바라봤다가 치한으로 몰릴 뻔 했다. 그는 상대방 여성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잠깐 쳐다봤을 뿐인데 그 여성이 마치 치한 보듯이 자신에게 눈을 흘겼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하다. #2. 회사원 이모(여)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항상 눈을 감고 간다.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할 때면 멀쩡한 차림을 한 남성들도 위 아래로 훑어본다면서 남성의 본능이라고 넘기기엔 지나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예뻐서 쳐다보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억울해하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의 시선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남자만 예쁜 여자를 쳐다보고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 걸까. 여성들이 남성들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현대 사회생활이 성립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규범인 '시민적 무관심(civil inattention)'을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적 무관심은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낯선 환경에서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두 사람 모두 잠깐 동안만 눈길을 교환한 뒤 상대편의 눈길을 피해 딴 곳을 보는 것을 말한다. 즉 공적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듯 행동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하다는 의미다. 김현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을 바라볼 때 '예뻐서 쳐다보는 데 뭐가 잘못이냐' '쳐다보는 게 싫으면 옷을 얌전하게 입으면 될 것 아니냐'라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면서 "이런 담론은 시민적 무관심의 규범을 어기고 있고 규범을 어긴 책임을 오히려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에 여성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여성들 역시 공적인 공간에서 남성들을 수시로 바라본다는 주장도 있다. 남자들은 목적지향적이어서 예쁜 이성에게 본능적으로 눈이 돌아가는 반면 여성들은 관계지향적이어서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괜찮은 남성이 있는지 '힐끗힐끗' 본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보다 관계지향적"이라며 "지하철 안에서도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변에 누가 앉아 있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등을 계속 살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성을 볼 때 관심 있게 바라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성들도 남성을 의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의 시선이 대부분 여성에게 꽂히는 데 반해 여성은 같은 여성들의 시선도 의식한다는 점이다. 곽 교수는 "여자들은 같은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름에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는 것도 남성이 타깃이라기보다는 여성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는 경쟁심리가 있다. 이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일종의 쟁탈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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