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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단턴 교수 "현대인 고민 해결, 지적유산서 찾아야"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 교수, 디지털 시대의 책 필요성 역설

Copyright © 2010, Brian Smith/Boston

"e메일ㆍ블로그ㆍ트위터 등 단문의 디지털 정보교환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이제 삶의 의미를 갈구하고 있는데 한입 크기로 포장된 쾌속 온라인정보에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길은 책 속에 있습니다." 서양사와 책의 역사를 연구해 온 로버트 단턴(72ㆍ사진)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겸 도서관장은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인문학적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문학ㆍ철학 등 인류의 방대한 지적유산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책의 미래(The Case for Booksㆍ교보문고 펴냄)' 한국판을 출간한 그를 e메일에서 만났다. 종이책 자리를 전자책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단턴 교수는 "구텐베르그 인쇄술로 대중이 책을 읽기 시작한 후 독서법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전자책으로 형태가 바뀌어도 인간의 지식탐구열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방식의 소통에 익숙한 나의 학생들도 평소에는 문자 보내기, 트위터에 열중하지만 공부하는 데는 종이책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책 읽지 않는 시대'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16세기 인문학자의 독서법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책을 처음부터 한 장씩 넘기며 읽는 경우가 드물었다. 독서의 목적도 지식 충전이라기보다 수사적 논쟁과 편지 쓰기에 도움이 되는 토막정보를 찾기 위한 훑어보기(roaming)가 대부분이었다. 되레 외형적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오늘날 명상적 독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대중의 독서 역사는 500여년에 불과하고 지금 정점에 이르렀다"고 단언하는 단턴 교수는 이 시대를 '진지함을 고민하는 황금기(a golden age of serious)'라고 해석했다. 유럽사 중에서도 책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의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상당할 것 같았지만 디지털매체와의 소통에 의외로 열린 마음이었다. 그가 발견한 길은 과거와 현재의 융ㆍ복합에 있었다. "18세기 파리에서는 선동적인 음유시인의 노래가 오늘의 신문 역할을 했는데 최근 프랑스 예술가 엘렌 델라부가 노래로 녹음해 무료로 온라인에 제공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책이다. 연구를 거듭하면 절판된 책도 신속하고 값싸게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에스프레소 북 머신'도 등장하리라 본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서관 역할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식의 디지털화가 급속해질수록 일반 독자들은 적응을 위한 학습과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시대적 흐름만 좇아가겠다고 도서관이 디지털자산 보존에 더 주력한다면 '문화적 자산 보존의 영웅(heroes of cultural preservation)'이라는 도서관의 미션을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꼴이다." 그의 지론은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이어졌다. "도서관은 새로운 소통의 시대에 신경센터(nerve cent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물론 신경세포 단위는 책이 돼야 한다. 아울러 일반독자의 지적 호기심 충족은 물론 전문가들의 연구 지원도 해야 한다." 공공을 위한 지식나눔이라는 그의 소신은 최근 구글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구글e북(전세계 도서관 구축 작업)에 대한 우려로 향했다. 단턴 교수는 "대중은 인류의 모든 문화적 유산에 접근할 권리가 있지만 세계 어느 곳이든 대부분의 책ㆍ필사본 등은 도서관ㆍ박물관이 소장하고 소수만이 유료로 접근할 뿐"이라며 "구글e북으로 인류의 지식이 한 기업의 소유가 돼버린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무료로 제공하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최근 구글e북이 디지털 시대 지식의 독점체제를 굳힐 가능성을 우려해 뉴욕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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