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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문점서 영화찍은 '길위에서' 감독 최재은씨

『20세기를 정리하면서 삶과 죽음의 끊없는 대치를 영상으로 옮겨보고 싶었습니다.사람들이 서로 싸우면서 갈라놓은 여러 경계가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절대불변의 것은 아니지요. 생명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분단이후 처음으로 지난7일 판문점에서 영화를 찍은 최재은씨(46)는 자신의 첫감독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판문점에서는 그동안 다큐멘터리영화를 촬영한 적은 몇차례 있었지만 일반 영화촬영은 시도된 적이 없다. 일본에서 설치미술가로 활동중인 최재은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판문점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M 떨어진 지점에서 영화「길 위에서」(ON THE WAY)를 촬영했다. 이날 촬영은 문근영(12.광주 매곡초등학교)양이 북쪽의 판문각과 남쪽의 자유의집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詩) 「경계」를 낭송하는 장면을 위한 것. 시 「경계」는 개미나 꿀벌, 새 등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는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자유로이 넘나들수 있으나 인간은 그렇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언젠가는 이경계가 열릴 것을 소망하는 내용이다. 「길 위에서」는 다큐멘타리와 드라마를 뒤섞어 20세기를 정리하는 80분짜리 자연영화. 한국, 일본, 독일, 폴란드 4개국 합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길 위에서」는 영화가 완성되면 유럽의 배급사 스튜디오 바벨스버그에 의해 전세계에 배급되고, 2000년 베를린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제작비는 20억원 정도. 내용은 동독 출신의 한 노신사가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현지 소녀들과 만나 20세기를 회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우슈비츠 유태인수용소, 히로시마, 판문점등 20세기가 낳은 폭력의 현장에서 바로 생명의 찬란한 힘을 확인한다. 최 감독은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나가사키는 과거의 문제이지만 판문점은 현재의 문제』라면서 『21세기에는 이러한 분단이 지구상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또 『영화는 두 종류의 대별적인 흐름으로 정리되어 있다』면서 『전쟁, 폭력, 착취등은 인간사회의 「닫혀진 계」이고 모든 생명들이 공존하는 「열린 계」가 그것에 대립된다』고 말했다. 인간은 본래 각자가 독립된 존재이면서, 다른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공생하는 「열린 」 존재였을 것이지만, 실제로 20세기의 인간사회는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국제단위의 에고이즘을 강요하는 「닫힌 」경계를 계속 만들어왔다는 지적이다. 해인사 성철 스님 사리탑등 여러 작품들이 주요 미술관과 공공기관에 소장되어 있는 최 감독은 『영상이 아니면 20세기를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최재은씨는 지난 64년 「모래여인」으로 칸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던 데시기와라 히로시 감독 밑에서 「릭규」(89년)와 「고히메」(92년) 두 편의 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한바 있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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