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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망치는 정치 그만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행사, 그리고 제1당의 의원직 사퇴 불사 선언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정치현실을 보면서 경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와 민생은 파탄이 나거나 말거나 연일 정쟁에 매달리고 내년 총선에만 목을 건다면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다운 나라가 될 수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제일의 슬로건으로 외치더니 어쩐 일인지 최근 들어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구호 내용이 달라졌다. 구호의 변화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현정부 출범 이래 우리 경제의 하강곡선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으니 더욱 큰 문제다. 이 같은 경기하강의 근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무소신ㆍ무비전ㆍ무대책이라는 소위 3무(無)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 때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주로 한 경제적 분배정책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에는 경제정책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보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니 노무현 정부에 기대를 건 노동자ㆍ농민까지도 앞장서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무소신은 비단 경제 분야에만 극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소신이 도대체 무엇인지 애매하기 그지없다. 소신이 없으니 비전이 구체화될 리가 없다. 말로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고 떠들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2만달러 소득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위도의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건만 하더라도 정부의 무대책을 한마디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김대중 정부 때는 그래도 일자리 창출을 나름대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정부는 청년실업대란으로 온 나라가 아우성을 쳐도 뾰족한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일용근로자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것 같다. 이 같은 3무 위기 속에서 각 부처들은 나름대로 관련 부분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모두가 제각각이어서 전혀 조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판교 신도시건설에 새로운 교육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건설교통부 발표에 교육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는 등 부처간 협의부재를 드러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눈을 나라밖으로 돌려보자.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이 세계경제질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올해 경제성장 7%대로 중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ㆍ일본의 경제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지난 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823달러를 달성한 뒤 1만달러 문턱을 오르내리며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98년에는 경제환란의 충격으로 6,744달러까지 추락했다. 국민적 바람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선을 넘어 경제 9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찍이 인도의 간디 수상은 ▲원칙 없는 정치 ▲무노동 유임금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기술 ▲책임 없는 쾌락 ▲도덕과 윤리를 져버린 상업 ▲희생 없는 신앙생활은 곧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현정부는 간디의 이와 같은 충고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임기 중에 2만달러 시대를 연다면 역사와 함께 영원히 살아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이는 경제환란을 겪은 우리 국민들이 한강의 기적을 다시 재현하고 싶은 보상심리가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2만달러다”고 소리치면서 경제 리더십에 승부를 거는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야 한다. 어설픈 괴변으로 정치권 장악이라는 술수를 부리는 것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소신을 갖고 비전을 내세우면 신뢰가 쌓이게 된다. 정부가 신뢰를 갖는 일이야 말로 현재 야기되고 있는 각 분야에서의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적 처방이 될 것이다. 지금은 정치개혁이라는 화두에 밀려 경제가 표류하는 형국에 있다. 물론 정치개혁이 제대로 되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정치개혁은 말로만 개혁이지 각 정당파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술책으로 개혁을 이용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대통령까지 이러한 정치게임에 함몰돼 어설픈 정치술수를 쓰면 정말 큰 일이다. 마지막으로 정치하는 분들께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은 술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가 지금 속도로 무너져 내리면 정치개혁도 다 물거품이 될 것이다. <유준상(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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