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기금과 연금ㆍ공제회 등 정부 관련 자금의 증시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고용보험 등을 운용하는 노동부가 최근 주식편입을 늘리고 있고 우체국 보험 적립금 등을 관리하는 정통부도 주식 추가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 기금이 이처럼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로 은행에만 돈을 묶어놓기 힘든 상황인데다 시중 금리상승 추세에 따라 채권 값마저 떨어지면서 주식 쪽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립식 펀드 자금에 이어 ‘정부발 유동성’까지 가세할 경우 우리 증시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자산운용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보험ㆍ산재보험 등 1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노동부가 최근 주식이 일부 포함된 채권혼합형펀드(주식 편입 비중 30% 이하)에 대한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는 종합주가지수가 24.09포인트(2.01%) 급락한 다음날인 26일 5,000억원을 채권혼합형펀드에 전격 투입했다. 노동부는 앞서 한달 전(8월30일)에도 5,000억원을 채권혼합형펀드에 투자했었다. 물론 이중 상당 부분이 기존 펀드의 만기 도래로 자금을 재집행(리볼빙)하는 것이지만 기존 펀드에 적지않게 수익이 붙어 재집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편입 여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3~5년간의 중장기적 자산배분 원칙을 세워 은행예금에 30%, 머니마켓펀드(MMF)와 혼합채권형펀드를 합쳐 70%를 투자하고 있다”며 “오는 11월에 추가적으로 펀드에 집행할 자금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전체 기금에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상한선이 7.5%이지만 실제 투자는 5% 안팎(펀드매니저들이 결정)에서 하고 있다. 우체국보험적립금과 우체국예금 등을 대규모 운용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경우 주식 관련 투자를 늘리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올 3월 3,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던 정통부가 신규로 집행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2,000억원에 이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정통부가 관련기금을 주식형 펀드 등에 배정하기 위해 기관들을 실사하고 있다”며 “국정감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투자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도 “주식 배정 타이밍을 잡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고 증시동향을 면밀히 살펴왔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공룡인 국민연금의 경우 지속적으로 주식투자를 늘리며 8월31일 현재 주식보유액이 15조3,982억원(직접투자 8조 1,462억원, 위탁 7조 2,520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12조3,584억원(직접투자 6조6,841억원, 자산운용사 등 위탁 5조6,743억원)에서 신규투자와 평가이익을 합쳐 3조239억원이나 증가했다. 온기선 국민연금 투자전략팀장은 “만기가 도래해 재투자한 부분을 제외하고 올 들어 순수하게 신규로 투자한 금액은 4,500억원(직접투자 4,000억원, 위탁투자 500억원)이 조금 넘는데 9월에는 지수가 올라 신규투자가 미미하며 지수가 조정을 받으면 주식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도 주식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1,000억원 미만이던 주식투자를 현재 1,500억원(직접투자 600억~700억원, 나머지는 주식형펀드)까지 확대했다.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주식이 리스크가 있어 올해 계획에 비해 집행이 덜 됐다”면서도 “내년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투자를 2,000억원 안팎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정부 관련 기금이나 연금ㆍ공제회 등에서 자금운용을 할 때 안정성과 함께 수익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증시 저변이 탄탄해지면서 점차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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