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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으로 위기돌파 의지/삼성 사장단인사에 담긴 뜻
입력1996-12-19 00:00:00
수정
1996.12.19 00:00:00
이의춘 기자
◎철저한 실적위주로 세대교체/중량급인사들 해외본사 배치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신경영 1기를 마감하고 견실경영을 골자로한 2기출발을 공격형으로 유지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그대로 표출됐다는 평가다.
「뒤흔들어 새출발하겠다」는 것. 그룹 대표이사급 이상 최고경영진 48명중 3분의2에 해당하는 32명을 승진 또는 전배시키는 인사는 이런 분석을 가장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의 올 인사는 ▲공격경영을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세대교체 ▲철저한 실적중시 ▲해외경영의 강화 ▲혁신경영자 및 자동차·비메모리반도체의 부상 등을 그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견실경영」으로 대표되는 신경영 2기의 기수는 새로 비서실장을 맡은 「관리의 달인」 이학수실장. 삼성은 이미 지난 4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주전략회의에서 신경영 2기의 출범을 선포하고 삼성화재대표였던 이학수씨를 비서실 차장으로 이동시켜 이번 혁신인사와 신경영 2기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경영의 전진에 배치됐던 현명관 부회장 등 신경영 1기세대의 퇴진과 이학수 실장의 등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소장파 중심의 구도를 갖춰 보다 공세적 경영을 펴겠다는 이회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 부진으로 누적된 침체와 위축에서 탈피, 역동적인 조직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량급 회장·사장단의 해외본사 전진배치도 눈에 띄는 대목. 이는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21세기 글로벌 경영체제만이 살길이라는 이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원로경영진들의 경험과 경륜을 세계화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광호, 이필곤 회장에게 그룹 세계화의 양대주축인 미국과 중국본사를 맡겼다. 신세길(미주), 유상부(일본), 안덕기 사장(동남아) 등도 해외로 전진배치됐다.
김회장과 이회장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그룹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돼 앞으로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그룹의 경영체제를 한국본사 중심이 아닌 현지완결형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원로경영인의 이동으로 빈자리에는 젊고 참신한 인재를 적극 등용, 분위기의 전환을 꾀했다. 전무에서 사장으로 2단계를 뛴 허태학 중앙개발 대표이사사장을 비롯, 24명의 대표가 승진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자와 화학소그룹장의 교체와 자동차의 소그룹제 도입도 관심사. 전자의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부문 대표이사제를 신설하고 진대제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이는 정보통신과 비메모리를 중심으로한 반도체와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소자) 등 신규사업의 의욕적인 전개를 통해 반도체의 가격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자를 중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자동차부문을 소그룹으로 격상시키고 판매부문에 대표이사제를 도입한 것은 오는 98년 첫 출시를 앞두고 총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
그러나 양대 주력인 전자, 화학의 소그룹장을 전격 교체하고 건설부문에서 많은 변화를 준 것은 불황타개에 적극나서라는 채찍의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황선두 화학소그룹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난 것을 비롯, 황학수, 소병해 카드부회장, 임동승 증권사장, 최훈 물산건설부문대표, 윤기선 제일기획사장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비서실 개편도 삼성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이번 개편에서 삼성은 8개팀을 5개팀으로 축소하고 인원도 35% 정도를 줄였다. 이는 소그룹중심의 자율경영을 강화하고 장기불황 등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긴축경영의 가속화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비서실은 앞으로 오는 99년까지 거품제거 운동과 함께 비용절감운동인 3·30운동 등 견실경영을 주도, 그룹의 신경영 2기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민병호>
◎삼성사장단 인사 명단
<승진> ◇회장 ▲미주본사 김광호 ▲중국본사 이필곤 ◇부회장 ▲삼성물산(총괄대표 부회장) 현명관 ◇사장 ▲삼성코닝 안기훈 ▲삼성영상사업단 이중구 ▲삼성물산(건설부문 대표사장) 김헌출 ▲삼성자동차 홍종만 ▲삼성종합화학 유현식 ▲중앙개발 허태학 ▲삼성전자(멕시코복합화단지 개발총괄) 박경팔 ◇부사장 ▲삼성화재 배정충 ▲에스원 박정옥 ▲삼성전자(전자소그룹 전략기획실장) 송용로 ▲삼성증권 김현곤 ▲삼성전자(수원주재 대표부사장) 문병대 ▲삼성전자(마이크로부문 대표부사장) 진대제 ▲삼성항공(정공총괄 대표부사장) 안복현 ▲삼성카드 이경우 ▲삼성물산(자동차영업부문 대표부사장) 김명한 ▲삼성스포츠단장겸 삼성라이온즈 전수신 ▲SECL 양인모 ▲삼성물산(생활문화부문 대표부사장) 원대연 ▲삼성중공업(건기부문 대표부사장) 김순택 ◇전무 ▲삼성석유화학 고홍식
<전보> ▲일본본사 대표이사 사장 유상부 ▲삼성경제연구원 사장(국제담당) 박웅서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사장(상사부문 대표부사장) 이승웅 ▲구주본사 대표이사 사장 신세길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 박홍기 ▲동남아본사 대표이사 사장 안덕기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박영구 ▲전자소그룹장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총괄대표사장) 윤종룡
<신규선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길현 ▲제일기획 대표이사 부사장 배종렬
◎삼성인사 스타는 누구/윤종룡 소그룹장전자계열사 섭렵… 글로벌경영 앞장/이학수 비서실장“관리의 달인” 회장의중 가장 잘 파악/허태학 사장·진대제 부사장도“기대주”
삼성의 사장단인사에서 「4인의 스타」가 탄생했다.
윤종룡 전자소그룹장겸 전자대표, 이학수 비서실장, 허태학 중앙개발사장, 진대제 전자마이크로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윤소그룹장은 공채 7기의 선두주자다. 전자·전관·전기등 전자계열사를 두루 섭렵, 전자부문을 통괄하는 적임자로 손꼽히면서 일찌감치 김광호 부회장의 후임자로 거명돼 왔다. 지난해 일본본사대표로 전보됐다가 이번에 화려한 복귀를 했다. 윤부회장은 전관사장 시절 공장TPM(종합생산관리기법)을 주도하고, 과감한 해외투자로 글로벌경영의 기초를 닦는 등 경영전략에도 강점을 가졌다는 평. 직언하는 스타일이며 박식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비서실장은 오랫동안 이건희회장을 측근에서 보필,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고 인정돼온 인물. 고려대 경영대출신으로 선대회장 때부터 비서실 재무팀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이자 관리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단계나 점프한 허사장은 경영혁신에 관한한 그룹내에서 손꼽히는 인물. 호텔신라등 서비스부문을 두루 거쳐 「서비스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진대표는 64메가D램, 2백56메가D램개발을 주도하면서 김광호 회장, 이윤우 반도체 대표에 이은 차세대 반도체 대표주자로 고속 승진했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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