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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차관

[특별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차관"北 대남정책 틀 바꾸고 있다" 대담 黃仁善 정경부차장 ISHANG@SED.CO.KR 남북문제 전문가인 정세현(丁世鉉·55) 전 통일부차관은 18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이 남한의 햇볕정책에 대해 화답해 오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가식으로만 보지 말고 그 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丁전차관은 또 『북한이 대남정책의 퍼러다임을 바꾸고있다』며 『남북이 경제협력을 활성화할 경우 양측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학 박사로 통일원 공산권 연구관과 민족통일연구원 부원장, 청와대 통일비서관 등을 지낸 丁전차관을 만나 최근 남북공동선언문을 채택한 정상회담 의미와 과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요. -▲남북이 55년이나 대립하고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두 정상이 이렇게 급격히 가까와 져,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히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이 크게 결심하고 통 크게 하는 것 봐서 북한이 대남(對南)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것 아니냐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의 햇볕정책에 화답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죠. 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으로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대외 관계개선에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공동선언 5개항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첫째 민족문제의 자주적인 해결과 관련, 그동안 북측에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일 공조파기로 연결시키고 우리는 당사자 해결원칙으로 봤죠. 이번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金위원장에게 미군이 동북아 안보를 일정 부분 담보하는 세력균형용이며 외세공조가 꼭 북쪽에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설명했고 양해가 된 것으로 봅니다. 둘째 통일에 대해 문서로 남측의 국가연합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쪽으로 지향한다고 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연방용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북이 독립정부를 유지하며 합의부분에 대해 협력하고 평화공존하자는 것이니까요. 김일성(金日成)주석은 지난 91년 신년사에서 느슨한 연방제를 언급하며 외교·국방권은 지방정부가 나눠 쓰지만 최종적으로 합쳐야 한다는 논지를 폈습니다. 북한은 연방제를 30~40년 쓰고 있지만 진심은 국가연합으로 다가왔다고 봅니다. 셋째 이산가족 상호교환과 비전향 장기수 해결을 거론했는데 국군포로나 납북어부 문제도 포괄적으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남북간에 상호 신뢰구축이 된다면 못풀 이유가 없습니다. 넷째 각 부문 교류협력인데, 사회·문화·체육 분야는 크게 돈이 안드니까 문제가 안됩니다. 다만 민족경제 균형발전 문제인데, 이 표현은 92년 기본합의서에도 들어 있고, 남한이 뭐를 떼어내 북에 보탠다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철도를 연결할 경우 북측에선 통행료를 받아서 좋고 남측에선 (러시아나 유럽으로 수출할때)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좋은 식으로 서로 공동번영하자는 것이죠. -남북경협을 하다보면 재원부담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경협의 불쏘시개 역할은 남쪽이 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북한을 돕지 않으면 북한은 못산다는 것은 오만과 편견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북한은 초기에 도움을 받고 자본주의 기업과 거래에 익숙해지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북한은 98년 여행과 거주이전 자유를 허용하는 등 변하고 있습니다. 金위원장이 최근 중국을 다녀왔고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시장경제 요소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냉전시대 북한관을 바꿔야 합니다. 金위원장에 대해 가식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진실도 이해해야 합니다. -경협 활성화를 위해 대북투자 기업들이 희망하는 투자보장협정 체결과 이중과세방지 등 장애요인이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해결되어야하지않을까요. ▲두분이 충분히 논의해 긍정적으로 수용할 것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같은 민족인데 문서로 그런 협정을 만드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정상회담 후속조치와 관련, 정부당국이나 민간기업이 유의해야할 점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이 자국의 국가이익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협조하고 견제하고 남북한에도 압력 형태나 외교적 우호증진 방법 등 외교공세를 펼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통일문제가 국제화로 가게 되고 더 복잡해집니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고 외교 분야에서도 협력해야 합니다. 북측에 대해 경계는 하되 북측도 많이 변했고 협력과정에서 좋은 쪽으로 더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金위원장의 서울답방 시기와 남북통일 시점을 언제로 보십니까. ▲답방시기는 이미 합의했는데 보안상 발표를 안할 수도 있습니다. 설령 안됐다 하더라도 당국간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답방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면 북한이 스스로 중국처럼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또 서서히 정치적 자유화가 진전되면 그때 비로소 통일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변하게 되면 통일은 지도자간 합의가 아니라 국민 선택문제가 됩니다. 중국은 79년 개혁이후 20년만에 이렇게 됐는데 북한은 그보다 훨씬 빨리 변할 수 있습니다. 광활한 영토가 아니기때문에 정책 집행이 쉽고 성격도 우리 민족이 중국보다 급하지 않습니까. 동서독은 정상회담 20년만에 통일했는데, 남북한은 이보다 더 빨리 변해 분단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줄이게 될 것입니다. -金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의 역량을 평가해주실 수 있나요. ▲金 위원장은 그동안 수줍어 나오기 싫어하고, 술이나 먹고 방탕하며,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라는 좋지않은 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합리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차분하게 챙기며 예절을 갖췄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후계자 수업을 철저히 받은 덕이죠. 북한 지도부들도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고별 오찬에서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이 오찬사를 하고 金대통령에게 술을 따른 것은 의미가 깊습니다. 즉 무력도발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이죠. 아울러 金 위원장이 북한 군부에 과거 경직된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주문을 한 셈이죠. /정리=고광본기자 KBGO@SED.CO.KR입력시간 2000/06/18 18:5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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