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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파업 협상타결 뭘 남겼나] 年 2,300억 보전 “모두 국민부담”
입력2003-05-15 00:00:00
수정
2003.05.15 00:00:00
권홍우 기자
일단 `발등의 불` 은 껐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불씨가 옮겨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로 물류대란과 수출마비, 경제 동맥경화라는 최악의 순간은 피했지만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재정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 온 에너지 가격개편작업도 근본부터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민부담 2,300억원=연간 900억원 가량의 재정부담이 늘게 됐다. 사업용 화물자동차에 사용되는 경유인상분의 50%를 보전해주던 정부가 전액 보전하는 데다 이 정도의 예산이 새로 들어간다. 화물업계에 대한 보조금은 이로써 연간 총 2,3000억원에 달한다. 초과근무수당이 비과세 대상 근로자에 운송노동자가 포함됨으로써 세수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 심의관은 1인당 20만원~25만원씩의 소득세 경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든 자금은 일단 국고에서 충당된다. 결국 국민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에너지가격개편, 물건너 가나=가격인상분 보전조치도 이번 한번에 그치기 어렵게 됐다.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경유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에너지원인 LPG를 이용하는 택시업계와 개인운송업체에서도 똑 같은 혜택을 달라고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됐다. 운송업체에 대해 잇따라 감세 및 보전조치를 할 경우 장애인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의 가격인상 저항이 더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너도나도 특혜를 요구할 경우 결국 에너지 세제 개편안도 뒤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개편안의 핵심은 경유와 LPG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단계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 다른 에너지원과 가격을 맞춘다는 것. 지난 99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개편안이 강행돼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특례와 예외조항이 많아지면 당초의 정책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훼손도 물론이다.
◇노동정책 신뢰성에도 추락=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노조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이번 협상 타결 과정을 보면 정부부처가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구체적으로 재정 부담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조차 계산하지 않고 협상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나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은 하나같이 협상 타결 12시간이 넘도록 재정부담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지 못했다. 과연 정부가 준비없이 타결에만 매달렸는지 아니면 재정부담 증가를 일부러 밝히지 않았는지 가려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의 평가도 부담스럽다. 최근 한국정부, 특히 외국인투자자 유치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가 아니라 노동문제”라며 “한국정부가 과연 노동문화 개선,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 조성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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