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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 난자의혹 '남은 과제는'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황 교수 난자의혹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IRB 결론대로 헬싱키 선언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반론이 없지않다. 몇몇 대목은 향후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셈이다. ◇ 헬싱키 선언 위반했나 안했나 = 황 교수팀이 '헬싱키 선언'을 위반했는지 안했는지가 최대의 쟁점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IRB는 조사결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연구 당시 국내외적으로난자제공 문제만을 특정해 정한 윤리적 가이드 라인이 없었던 데다, 의학실험에서일반적으로 원용되는 헬싱키 선언도 소속 연구원이라고 해서 난자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신중을 기하라고 하는 것인만큼, 황 교수팀이 헬싱키 선언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난자기증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연구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열에 기초해 자기 희생정신으로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자발적인 의지로 난자를 제공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차이에서 빚어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적 특수성'을 역설한 셈이다. 실제로 국제 과학계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의 윤리원칙으로 받아들이며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헬싱키 선언은 미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소속 연구원이 피실험자로 임상시험에 절대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 있도 있고, 투명한 절차만 거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선언은 세계의학협회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명과학 연구 대상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1964년 만든 세계 의사윤리선언, 지난 2000년 개정되는 등 몇 차례의개정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헬싱키 선언의 문제의 조항은 제23조이다. 이 조항은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강제된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일 그런 경우라면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피험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연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의사가 (피시험자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팀을 몰아세우며 공격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조항이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학계의 구영모 교수(울산대 의대)는 "우리나라처럼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에서는 연구원과 같은 취약한 환경에 처한 피험자가 난자를 제공해서는안 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자 제공자와 연구자가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어 연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생명과학 연구윤리의 기본중의 기본 요구사항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황 교수팀 여자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면 이는 명백히 헬싱키 선언을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소속 연구원의 난자 제공 금지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손명세 교수는 "연구원이 자발적으로 난자를제공했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의사가 동의를 받았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헬싱키선언 제23조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 조항 마지막 부분에도 나와 있듯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제3의 심의기관에 의해 적절한 검토와 평가, 심의 과정을 거칠 경우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연구가 진행됐다면, 여자 연구자가 난자를 기증했다 하더라도 연구에 '하자'가 있을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제 과학계가 받아들이는 '보편적 정서'는 '한국적 정서'와는 상당히다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인간배아연구에 직접 관계된 여자 연구원이 자신의 이익이나 강압에의하지 않고서는 연구에 참여할 리 없으며, 여태껏 인공임신수정 등 '의료적 목적'으로 여자 연구원이 자신의 난자채취에 동의한 적은 있으나, 세계적으로 '연구용'으로 고통이 따르는 난자를 제공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미즈메디병원 보상금 지급, 난자 매매인가 기증인가 = 보상금을 주고 취득한난자에 대한 해석도 논란거리다. 서울대 수의대 IRB는 일단 미즈메디병원에서 여성들에게 15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난자를 채취했더라도 강요나 회유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영리목적의 대가관계에 기초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윤리준칙을 위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물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실정법을 어긴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난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 기증자에게는일당과 교통비 등 실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인공수정 및 배아관리법은 난자 매매를 엄격히 금지하지만 자발적 기증자에게는 실비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난자를 제공하느라 10시간 이상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 10파운드(1만7900원), 5∼10시간은 5파운드(8900원), 5시간 이내는 2.5파운드(4450원)를 정부에서 받는다.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나 영업장 문을 닫아 손실을 입었으면 하루 최고 50파운드를 받는다. 난자 제공으로 부작용이 생기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프랑스도 1994년 제정된 인체존중에 관한 법률에서 난자 매매는 금지하지만 실비는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캘리포니아나 조지아주는 난자 매매가 허용된다. 뉴욕주는 금지하고 있지만 자발적 기증자에 대해 실비 지급은 인정한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지급되는 실비가 1인당 3천∼5천달러(300만∼500만원)라고 설명하며 보상금 지급을 정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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