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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금융산업 왜 낙후돼있나] <4> 우물 안 개구리 언제까지

금융사는 이자놀이… 당국은 현안해결 급급… 요원한 '금융의 삼성전자'<br>높은 외환조달금리·빈약한 해외망에 경쟁력 저하<br>당국은 근시안적 사고로 해외진출 큰그림 못그려<br>장기 안목 갖고 동남아 등 틈새시장 뚫을 전략 필요


지난 2002년 7월 '더 뱅커'지가 발표한 국민은행의 순위는 세계 70등. 2001년 말 총자산 기준으로 1,194억5,000만달러로 기록한 성적이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통합한 이후 우리나라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100대 은행에 진입했던 때다.

11년이 흐른 2012년 말 KB금융(국민은행)의 등수는 총자산 기준으로는 88등으로 오히려 뒤로 밀렸다. 기본자본으로 보면 68위지만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니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따질 형편조차 안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 중 가장 뒤처지는 것 중의 하나가 해외 진출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지닌 태생적 한계에 큰 그림 없이 현안 해결에만 치중해온 감독당국의 문제가 겹쳐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안방에 편하게 앉아 이자놀이에 심취해 해외 진출은 등한시했던 금융사들의 책임도 무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 한계 놓아두고 '금융의 삼성전자'만 외쳐=왜 우리나라 금융에서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안 나올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당장 금융은 어느 나라든 가장 강력한 규제를 하는 산업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금융 선진국은 고사하더라도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도 강력한 금융 규제의 벽을 두텁게 쌓고 있다.

중국은 외국계 금융사 성장을 막기 위해 강력한 예대율 규제를 도입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은 외국계 법인의 주식 취득 한도를 제한하거나 이를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그 나라 산업의 젖줄이기 때문에 외환위기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면 다른 나라에 팔지 않는다. 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이 해외 자본에 넘어간 것도 1997년 외환위기 탓이다. 씨티그룹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 은행인 한국씨티가 글로벌 중 소매 부문만 놓고 보면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해외 영업은 쉽지 않다.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영미계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은행 신용등급은 보통 국가 신용등급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측면이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상황이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 조달금리는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보다도 높다.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이유다.

해외망도 차이가 크다. 국내에서는 해외 진출국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도 현재 23개국에 54개의 법인과 지점 등을 두고 있다. 반면 HSBC는 유럽과 아시아 이외에도 중남미ㆍ아프리카ㆍ중동 등 80여개국에 6,6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씨티는 160개 국가에 진출했고 지난해 전체 이익 중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비중이 각각 21%, 유럽과 중동아프리카가 16%에 달한다. 삼성과 현대 같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영업망을 갖춘 대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은행과 거래하는 게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현안에 매달리니 큰 그림 없어=우리나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특히 금융산업을 일궈야 할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처럼 눈앞의 현안 처리에만 매달리다 보니 해외 진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 한류'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별다른 게 없다"는 말이 당국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당국이 밑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금융지주 체계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좋은지, 우리나라 은행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키워야 할지 같은 논의들은 뒤로 밀렸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연기금 활용 방법을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 같은 대형 연기금의 경우 고령화 시대로 수익률을 크게 높여야 한다. 산업계는 동남아시아나 남미에서의 발전소나 대형 건설 PF에 투자할 금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국내 금융사는 해외 투자 경험도 적고 장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이 지렛대 역할을 해 자금 지원에 나서면 국내 기업은 물론 연기금ㆍ금융사까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사들도 환골탈태해야=금융사들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진출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동남아 지역 등에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캐피털사 같은 파이낸스 컴퍼니로 진출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캐피탈 미국법인은 자동차 할부금융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3,200억원 규모의 세전 이익을 올렸다. 자산 규모만 22조원에 달한다. 웬만한 시중은행보다도 낫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동남아 등에 진출해 틈새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적인 배경이 맞물린 해외 진출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제대로 된 이사회 논의나 경제적 판단 없이 2008년 카자흐스탄 뱅크오브센터크레디트(BCC)를 9,300억원에 사들였다가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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