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그뤼벨 CEO 결국 사임

스위스 최대금융그룹 UBS의 오스발트 그뤼벨(67) 최고경영자(CEO)가 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의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UBS는 24일 성명을 통해 그뤼벨 CEO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사임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고 유럽ㆍ중동사업부문장인 세르지오 에르모티(51)를 CEO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UBS는 23일 싱가포르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그뤼벨의 거취와 관련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뒤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의 사의를 최종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뤼벨은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CEO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최고경영진 교체가 회사 미래에 최선의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하다"고 설명했다. 새로 CEO대행에 오른 에르모티는 25일 첫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전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면서 "은행의 거버넌스 제고에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UBS가 그동안 투자를 집중해왔던 고위험ㆍ고수익 트레이딩을 포기하는 대신 자산관리 전담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이 높지만 위험 부담도 큰 채권이나 통화 및 원자재(FICC) 비즈니스 대부분을 포기할 수 있다. UBS는 현재 프라이빗 뱅킹(PB)부문에서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독일 출신의 그뤼벨은 채권 트레이더 등을 거쳐 2009년초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UBS의 CEO로 선임돼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여왔지만 런던지점에 근무하던 트레이더인 크웨쿠 아도볼리라가 임의매매를 벌이다 23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끝내 불명예퇴진에 몰리게 됐다. 에르모티는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서 18년간 근무하다 2005년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로 옮겼으며 올해 4월 UBS의 유럽ㆍ중동사업부문 책임자로 스카우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