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은 인터넷 초창기로 연습이었습니다. 다가올 변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터넷 선진국으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싹 정리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또 제조업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해야 이깁니다."
전길남(70ㆍ사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다가올 인터넷 혁명에 대한대비를 강조했다. 전 교수는 30년 전 한국에 인터넷을 들여온 인물로 '인터넷의 대부'로 불린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의 변화는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모바일로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IP주소 개수가 수십억 단위에서 조 단위로 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본격적인 인터넷 혁명을 앞두고 가장 필요한 조치로 '시행착오의 개선과 올바른 방향설정'을 꼽았다. 시행착오의 대표적 사례가 인터넷 활성화를 가로막는 공인인증서다. 전 교수는 "왜 한국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규제로 지금 못 바꾸면 앞으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네이버와 싸이월드가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진출에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목표설정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박사는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셜 네트워크, 순수 소프트웨어 등 미국이 강점이 가진 분야는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ㆍ일본ㆍ핀란드ㆍ스웨덴ㆍ영국 등에서 성공사례가 있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가령 독일과 일본이 뛰어난 자동차 등 제조업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나 룩셈부르크의 스카이프처럼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찍 일본 진출에 나선 네이버의 라인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린 카카오톡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 교수는 "한국 정부는 카카오톡에게 인터넷전화(VoIP)를 하지 말라고 하는 등 육성하지는 못할망정 발목만 잡는다"며 "좋은 기술이 빨리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사이버스페이스 거버넌스가 이슈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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