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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7월 27일] 찬란한 유산

"이렇게 내 유산만 바라보고 허송세월하는 무능하고 철없는 인간으로 키워 정말 미안하다." "너희들이 미성년자냐? 한 핏줄이라도 더 이상 부양 못 하니 자기 힘으로 독립해서 살아!" 26일 막을 내린 SBS 인기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대사 몇 토막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설렁탕 장사로 자수성가한 유명 식품회사 대표 장숙자 할머니는 어느 날 가족들에게 유산을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할머니의 경제적 지원에만 기대 흥청망청 방탕한 삶을 살던 가족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한 일생의 결단이었다. 대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마음씨 착한 여성을 유산 상속자로 지목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복잡하게 꼬인다. 그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주인공인 손자의 변화다. 버릇없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입만 열면 "설렁탕집은 냄새나고 싫다" "할머니 죽으면 팔아버리고 다른 사업 하겠다"며 패륜을 일삼던 그는 몰라보게 새 사람으로 변해간다. 식당 서빙을 하면서 독립심도 기르고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 사랑과 헌신 등 삶의 진정한 가치를 체득해간다. 결과적으로 할머니는 돈으로는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찬란한 유산'을 손자에게 안겨준 셈이다. 그것이 내가 읽은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본인은 못 입고 못 써도 자식한테 최소한 집 한채만이라도 물려주는 것을 부모 도리로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신문 보도를 보니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에는 장성한 자식뿐만 아니라 어린 손자 부양까지 챙기는 '3대 캥거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결혼 후에 늙은 부모를 봉양하면서 자식들을 공부시켜 시집ㆍ장가 보냈던 어르신들이 늘그막에 다시 분가한 자식과 손자의 경제적 지원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 부양과 유산 상속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출범 2년을 맞은 정부 보증 역모기지 주택연금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그래도 집 하나만은…." 하며 평생의 자산인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어르신들의 의식과 집착이 주택연금의 저변 확대를 막고 있다. 과연 물질적인 유산 상속은 자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자녀의 행복을 위한 '찬란한 유산'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어르신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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