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소폭 하락에 그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는 최고가 대비 70%가량 떨어졌음에도 불구, 국내 휘발유 가격은 30%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가격하락의 차이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 때문. 리터당 1,3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휘발유에는 일단 고정적으로 670원가량의 교통ㆍ주행ㆍ교육세가 붙는다. 여기에 10%의 부가세가 추가된다. 휘발유 가격이 떨어질수록 판매가격에 붙는 세금의 비중이 높아져 소비자가 피부로 와 닿는 가격 하락은 느끼기 힘들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과 높은 원ㆍ달러 환율로 인해 원유가격 하락속도보다 휘발유의 실제 판매가격 하락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원유보다 더 싸지면서 가격이 경유에 재차 역전될 상황에 놓였다. 19일 업계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세전 가격은 3주 연속 리터당 400원대를 기록했다. 휘발유 값의 약세는 경유와의 가격차이를 좁히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08원11전으로 경유(1,295원38전)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기도 했다. 경유와 휘발유에 붙는 세금(교통ㆍ교육ㆍ주행세)이 10%의 부가세를 제외하고 각각 471여원, 670여원임을 감안할 때 두 제품의 가격 역전은 비정상적인 게 사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휘발유는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경유는 겨울철 난방용 수요가 늘어나 가격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추세를 고려할 때 조만간 경유 평균 판매가격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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