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ㆍ4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 5년6개월 만에 줄었다. 환차손 등으로 영업이익도 곤두박질쳤고 부채비율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성장과 수익성ㆍ재무구조 등이 모두 곤두박질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금융사를 제외한 1,534개 업체를 분석해 1일 발표한 '1ㆍ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은 247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6% 줄었다.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3년 3ㆍ4분기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3ㆍ4분기 28.6% 증가에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ㆍ4분기 13.3%로 반토막 난 뒤 1ㆍ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특히 제조업은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외 수요부진 등으로 3.8%나 감소했다. 수익성도 타격을 입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매출부진 등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4.7%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실제 올린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3%로 4.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고작 23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환율상승에 따른 순외환손실과 차입규모 증가에 따른 순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외수지 적자가 크게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대상 기업의 1ㆍ4분기 환차손은 11조4,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한 손실인 외화환산손실은 8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1ㆍ4분기 787.3%에서 338.7%로 급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 즉 적자기업의 비중은 전체 제조업 중 31.0%로 전년 동기(22.6%)보다 늘었으며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100%미만)의 비중은 40.6%로 전년 동기 대비 8.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도 크게 악화됐다. 1ㆍ4분기 조사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116.2%로 지난해 말보다 7.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통계집계 시점인 2003년 1ㆍ4분기 이후 최고치다. 차입금 의존도는 1.9%포인트 상승한 26.3%를 기록, 2004년 2ㆍ4분기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현금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제조업의 경우 37.5%로 전년 동기보다 18.2% 급락했다. 박진욱 기업통계팀장은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 및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부족을 해결하고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및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구조가 매우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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