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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열자] 기업인이 본 재무관료들
입력1998-09-22 19:06:21
수정
2002.10.21 22:37:11
09/22(화) 19:06
「현장감없는 보고서만 양산하고 있다.」
기업가들은 요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에 대해 이처럼 꼬집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부처에 대해 『현실감각이 없는 이론가 집단』이란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기업가들이 재무관료들의 비현실적인 정책을 꼽는 대표적인 사례는 기업의 혈관인 금융정책.
30대 그룹 한 자금담당 부사장은『정부에서 돈을 잔뜩 풀었으니 대출해가라는 얘기를 듣고 은행을 찾지만 A은행에 가면 B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아오라고 한다』며 『대출해 주지 않겠다는 뜻이지 뭐냐』고 비난했다. 실제로 최근 금융기관간 돈을 꾸고 빌려주는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8%대다. 자금이 넘쳐나지만 돈이 기업에게 흘러가지 않고 은행내에서 돌고 있다는 얘기다.
돈줄이 짱짱하다는 5대그룹 자금담당자도 『은행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만 맞추려 하다보니 은행원들이 우리를 만나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은행이 부장이하 실무자들로 구성한 「여신심사위원회」도 기업대출을 막는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다.
『자금대출을 호소하면 여신심사위원회를 거치라고 하며 모두 발뺌한다. 자신은 책임을 안지겠다는 것이다』고 이들은 말한다. 재무정책 부서에서 아직도 은행과 기업간의 자금흐름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증거로 이들은 해석한다.
정권 초기에는 업무미숙의 탓으로 이해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능력이 있는건지 의심된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5대그룹 회사채발행을 제한한 취지도 이해되고 이론은 맞다. 하지만 한 통로를 막았으면 다른 통로는 터줘야 하는 것 아니냐. 기업들 다 죽인다음에 뭐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않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결정됐으면 과감하게 추진할 것도 주문한다. 『예를들어 올초 자동차 특소세등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인하폭이 미미해 판매효과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 자동차회사 사장은 토로했다.
기업가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뜬구름 잡는 소리」라거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냉소를 짓는 것은 바로 관리들의 이같은 현실감결여에서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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