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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선진사회의 척도는 다양성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을 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로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밖에서 보는 한국은 안에서 느끼는 한국보다 훨씬 더 발전된 나라이고 가능성이 많은 나라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빠른 속도로 신제품들을 내놓는 열정과 창의성은 우리 한국인,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전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가가 머지않았다. 한국사회가 마지막 남은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서구적 관점의 선진화 지수를 올리는 제도적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사회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배타적인 영역을 허물어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하는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선진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다양성은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과 명문대학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화두이다. 미국사회에서도 다양성이 뿌리내리는 데는 40년 이상 걸렸다. 지난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민권법 제안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취업이나 대학에 우대하자는 취지의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본격화됐다. 기업에 있어서는 1980년대까지 단순히 성별과 인종에 따라 소수와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차원의 정책의 일환으로 여겨져 왔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재경영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으로 자리매김 했다. 골드만삭스ㆍIBM 또는 팹시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다양성을 강조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중시한다. 미국 명문 대학에서도 입학 사정부터 교육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필자가 재직해 온 회계 및 경영자문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일찍이 지난 1990년대부터 다양성 프로그램을 기업의 필수적 가치로 여겨 인종, 성별, 문화, 성적 소수자 등의 의사를 존중해 왔고 2000년대부터는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ㆍCDO)라는 임원직을 신설해 사내의 모든 다양성 프로그램을 관할하게 했다. 이 회사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내문화를 조성해 조직과 직원의 만족도와 창의성을 높여왔다.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 됐다. 2010년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약 60%가 CDO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한국의 많은 기업 사이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한 곳이 인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의 문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외국인 임원을 고용했다가 결국 모두를 내보낸 일 있다. 이는 다양성 확보라는 것이 최고 경영자의 의지만 가지고 되지 않고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직원들의 인식과 문화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최고기업으로의 도약은 세계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다양성문화의 정착 없이는 어렵다. 얼핏 보면 우리 국민들은 개성이 지나치게 뚜렷해 단합이 안 되고 심지어 질서가 없는 듯이 보인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다양성과 창의성이 내제돼 있는 것이다. 다만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온 경직된 교육ㆍ인사 등 사회제도로 인해 잠재된 다양성이 표출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ㆍ기업ㆍ교육계 등이 모두 우리 사회 내에 남아있는 획일화된 제도와 문화들을 없애 다양성이 싹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인종, 문화, 종교, 국적, 교육, 경제 수준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를 넘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 다름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법을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를 담을 수 있는 인재들이 한국에서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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