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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눈이야기] 밤 가시에 손상 받은 눈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던 무더위도 이젠 한풀 꺾인 것 같다. 새벽녘 피부에 스치는 선선한 공기는 가을이 발끝에 왔음을 느끼게 한다. 가을철이 되면 선선해서 야외활동을 하기 그만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 밤송이도 익어간다. 알밤을 주우며 가을정취에 취하고 싶은 계절이다. 알밤 하나하나에 가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햇살을 받아 탐스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 밤송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많은 농원에서는 밤 줍기 행사가 열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연인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토실토실한 알밤을 마음껏 주워, 자루를 가득 채워 돌아 오는 맛이 밤 맛보다 더 좋다. 특히 도시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올해는 밤농사가 풍년이어서 밤 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을엔 밤 가시 때문에 생기는 크고 작은 사고로 눈의 외상 빈도도 높다. 밤 따는 데만 정신이 팔려 밤송이가 눈에 된통 떨어지면 각막에 가시가 박힌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눈물을 흘리면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와도 주변 사람들은 도와줄 방법이 없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통증도 통증이거니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나왔다가 날벼락 맞는 꼴이다. 얼른 짐 싸 가지고 가족들 모두 병원으로 철수. 이런 경우 급히 안과를 찾는 환자를 보면 의사의 마음도 안타깝다. 밤 가시가 눈에 박히면 각막염 백내장 녹내장 안구내염 등 합병증을 일으켜 시력이 감퇴되거나 실명이 되는 수가 많다. 가시가 쉽게 뽑혀 나올 수도 있지만 잘 안 나오는 경우는 장난이 아니다. 가시를 뽑기 위해 수술하다가 각막에 불가피한 흉터가 생길 수도 있다. 각막 중심부에 생기면 시력까지 떨어진다. 사소하게 생각했다가 큰 봉변을 당하는 꼴이다.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설마하고 생각하지 말라. 설마가 사람 잡는다. 사소하게 생각했다가 큰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게 상책이다. 다른 사람이 밤을 딸 땐 떨어지는 것을 쳐다보지도 말고 밤나무를 흔들지도 말아야 한다. 차양이 달린 모자를 쓰거나 보안경을 쓴다면 도움이 된다. /yoonho.co.kr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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