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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 시한폭탄 '헤지펀드' (상)

【뉴욕= 김인영 특파원】 미국 굴지의 헤지펀드가 파산 직전에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사실은 미국 재무부와 월가가 주도하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의 세계화가 그 한계를 드러냈음을 의미한다. 「미국식 자본주의」로 표현되는 자유시장 경제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머니 게임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자산의 수십배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굴려 국제투기를 일삼았다. 92년 영국 파운드화 폭락에서 94년 멕시코 위기, 지난해 동남아 통화폭락, 올해 러시아 위기에 이르기까지 월가의 「카지노 게임」은 경제력이 약한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만들어놓은 한탕주의는 러시아 룰렛 게임에서 패자가 속출하면서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들었다.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머트라는 헤지펀드에 대한 월가 은행들의 구제금융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경제평론가 그레첸 모겐손씨는 『미국이 일본에 요구한 금융구조 개선의 방식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비평했다. 일본 대장성은 미국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비난하면서 국제 단기자금 흐름의 이머징마켓 교란을 막아낼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포럼을 제의했다. 독일과 스위스 중앙은행도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자국 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구제금융의 가장 큰 위험은 또다른 구제금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지적하는 말이다. 롱 텀 펀드의 몰락은 월가 금융시스템상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에 지나지 않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국제 유동성의 절반이 모여있는 월가를 대혼란에 빠트린 원인은 바로 투기자본의 심리적 불안정성이다. 아울러 월가의 시중은행과 투자은행, 펀드 사이에 서로 자금이 물려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이 자금경색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JP 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한달동안 월가 은행과 펀드들이 러시아에서 손해를 본 금액은 950억 달러에 이른다. 수십조에 이르는 월가 유동성의 1%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미국 은행과 펀드들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고, 값나가는 유가증권을 대량 매각함으로써 시장 붕괴의 연쇄반응이 나타났다. 대량 매물이 늘어나면서 뉴욕 증시는 물론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고, 미국및 독일 국채를 제외한 전 금융상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펀드와 투자회사의 손실은 러시아에서 본 것 이상으로 확산됐다. 롱 텀 펀드가 러시아에서 본 손해는 18억달러로 알려졌다. 롱 텀 펀드는 최대 채권자인 메릴린치 증권에 손을 벌렸으나, 수익이 떨어진 메릴린치가 대출을 거부했다. 뉴욕 FRB가 월가의 큰 손인 워렌 버핏에게 롱텀 펀드의 구제를 요청했으나, 그마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월가의 은행이나 증권회사, 큰손들 할것없이 서로 불안한 투자를 꺼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물린 헤지펀드들이 잇달아 파산의 길을 걷고 있다. ★표 참조 맥기니스 어드바이저라는 헤지펀드는 러시아 채권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펀드는 달러와 루블화를 일정 환율에 연동시키는 안전판을 만들어 놓았으나,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선물환 거래마저 중단되면서 자금이 잠겨버렸다. 그러나 시티코프, 리먼 브러더스,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등 채권은행들은 더 많은 담보를 요구했다. 맥기니스 펀드는 가진 자산을 모두 시장에 내다팔았으나, 충분한 담보를 보충하지 못했다. 결국 이 헤지펀드는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미국 파산법 11조의 절차를 밟았다.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Ⅲ오프쇼어」라는 헤지펀드는 살로먼 스미스바니, 퍼스트 보스턴, 리만 브러더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렸다. 이 헤지펀드는 빚을 갚기 위해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프랑스 크레디리요네, 네덜란드 ING 베어링스 등과 맺어둔 선물환 거래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유럽은행들이 들어주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이 펀드도 사실상 파산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욕 금융가에서는 롱 텀 펀드 붕괴로 국제적인 자금 경색이 가중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헤지펀드가 파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롱 텀 펀드의 여파로 콘버전스 어 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가 파산 직전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단물을 빨아먹었던 헤지펀드들이 이제 뉴욕 월가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파괴하는 시한폭탄으로 돌변한 것이다.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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