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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강국이 해법] "임대료 빼면 월 50만원도 못 버는데… 대출 원리금 생각하면 먹던 게 체해"

■ 벼랑 끝 자영업자들

실내흡연 규제로 술집 직격탄… 600원 아끼려 마트용 술 사기도

주변에 매장 10곳이 있다면 2~3년후 2곳만 살아남아

서울 도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단독 상호의 커피숍에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고(큰 사진) 동네의 작은 식당도 비어 있다(작은 사진). /권욱기자


"아는 사람이 자영업 한다면 때려서라도 말릴 겁니다."

지난주 말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5대 자영업(치킨 및 호프집, 음식점, 이동통신 대리점, 편의점, 커피숍) 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년퇴직을 하거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은 열심히 일해도 손에 남는 돈은 한 달에 50만원 남짓밖에 안 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시적인 줄로만 알았던 소비침체가 장기화하며 우리나라 취업자의 3분의1에 달하는 580만명이 몸담고 있는 자영업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2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큰길까지 약 200m 되는 거리에 즐비한 20여개의 커피숍은 일요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추운 날씨를 피하는 손님 하나 없었다. 가게를 모두 방문한 결과 스타벅스에 30여명, 탐앤탐스 12명, 커핀그루나루 9명 등 프렌차이즈 커피숍에만 손님이 있을 뿐이었다.

커피숍 사장인 황모(35)씨는 "방학에는 매출이 10만~15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원가와 월세 등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다"며 "그나마 나는 5~6년 커피숍에서 일하며 공부도 철저히 해서 이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술집. 분주하게 저녁 장사를 준비할 시간이지만 사장인 김모(36)씨는 의자에 걸터앉아 TV만 볼 뿐이었다. 그는 "매출이 한 달에 400만~800만원 수준인데 1년 중 넉 달은 400만원 밖에 못 번다"며 "언뜻 많아 보이지만 주류비·임대료·대출이자 등을 제하면 남는 것은 50만원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사장은 "가게 차리느라 5,000만원의 빚을 졌다. 원금은 한 푼도 못 갚았다. 그 생각만 하면 먹던 게 체한다"며 "병당 600원 아끼려고 마트용 소주를 사오는 가게마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김모씨도 "대기업 계열 중고차 판매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다 술집을 시작했다.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실내 금연정책으로 손님들이 모두 포장마차로 옮겨갔다"고 울먹였다.



자영업자의 각박한 현실은 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매출체감지수(BSI)는 지난해 12월 53.4로 전월보다 0.9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세월호 이전인 3월에는 102.9에 달했다.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익명의 청구역 근처 편의점 사장(50대)은 "2011년 명예퇴직을 한 후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에 편의점을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인근에 편의점이 생기며 알바생을 줄였고 가게 시설 재투자에 벌어놓은 돈을 다 썼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250m로 제한됐던 편의점 신규 점포 출점거리 제한이 폐지돼 편의점 숫자는 늘고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 판매는 급감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통 자영업인 음식점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문동에서 아귀찜 집을 운영하는 황모(52)씨는 "8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하다 아귀찜으로 메뉴를 바꿨다"며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매출이 늘까 싶어 생삼겹살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 효제동의 이동통신사 대리점 연모(50)씨는 "그나마 관련 회사에 몸담아왔고 나름대로 준비도 해 버티고 있다. 주변 10개의 매장이 있다면 2~3년 후 남는 것은 2개꼴"이라고 씁쓸해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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