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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의 역할 변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보면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두 가지로 보인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살아갈 수 있을까`와 `누구에게 맡겨야 성공할 수 있을까`가 이들의 최대 고민이다. 전통적인 경영자의 역할은 노하우(know how)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자동차를 가장 값싸게 만들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무결점 품질의 TV를 만들 수 있나` `어떻게 하면 더 소형화된 신모델을 경쟁자보다 빨리 출시할 수 있나` 등이 경영의 최우선순위 과제였다. 지난 50년은 대량생산ㆍ대량소비의 후기 자본주의가 무르익었던 시대였고 대변화가 잉태하는 가운데서도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사업, 어떤 제품을 택할 것인지가 비교적 확실한 수요초과의 시대였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의사결정기준으로 경제적 가치를 가장 중요시해 단위시장의 특성이 비교적 단순하고 규모가 컸으며 수요패턴이 안정돼 있었던 탓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요체는 주어진 시장을 효과적ㆍ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노하우에 있다고 일반화할 수 있었다. 소비자나 제품의 특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 시장을 대상으로 같은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를 반복하는 기업에서는 장기근무하고 특별한 실수나 비리가 없는 관리자형 경영자들이 CEO의 지위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대과` 없이 임기를 끝낼 수 있었다. 초고속의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감행해 기업규모와 고용을 늘린 경영자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노하우형 경영자와 확장형 경영자의 몰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산업사회의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이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장 소비자들의 특성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형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싼) 가격, (많은) 양, 내구성 등을 구매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내 관심을 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새로운 것이면 가격과 양에 관계없이 구매한다. 이들 신소비자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디지털ㆍ바이오ㆍ나노기술 등의 발전과 인터넷의 무한확산이 어울리고 있으며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는 이제 생존전략의 필수조건이 됐으며 인터넷 이후의 시대를 겨냥한 기존 사업의 차세대 기술, 홈네트워크 사업, 바이오 산업,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 대한 탐색이 활발하다. 최근 10년 동안 소프트웨어, 초음파 진단기, 반도체장비, 셋톱박스, 휴대전화부품, 인터넷포털과 경매, 인터넷게임, LCD장비 분야에서 벤처기업들의 성패가 교차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게임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ㆍ사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How`를 잘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시가총액에 버금가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섣불리 신규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와 임금수준보다는 자신 있는 신규 투자대상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시대적 환경은 창조자형 리더를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기업환경의 변화를 통찰하고 창조하면서도 조직 구성원들이 일체감을 갖고 회사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를 동일화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형의 리더십을 가진 CEO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MF 직후 “한국에서의 리더십은 달러보다 고갈됐다”고 비판했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각 분야, 각 단계에서 역량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인재들이 초야에 묻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변화의 속도와 폭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으며 국가와 기업을 막론하고 세계최고의 지적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우리를 상대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랑에 휩싸인 우리나라의 운명은 국가정책과제의 우선순위와 이를 감당할 인재가 누가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최근 이민상품이 홈쇼핑 사상최대의 매출을 올린 것을 보면 민심의 평가는 아직 부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발전적 변신을 앙망한다. <김일섭(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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