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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경제놀이와 문화노동
입력2008-02-29 16:59:12
수정
2008.02.29 16:59:12
“청와대 앞에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을 만들까.”
새 정부 일꾼들이 오전 7시에 출근하고 때로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까지 감수할 거라 하니 사람들이 해보는 소리인 듯하다. 이 신종 사업계획은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실수요를 찾아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생업의 정신을 진하게 보여준다. 일자리와 물가를 걱정하는 현재 일상의 대화이기도 하다. 청와대 찜질방부터 광화문 찜질방, 과천 찜질방, 숭례문 찜질방까지 쫙 체인점으로 개업한다면 몇 명을 고용할 수 있을까. 한 1,000명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정부가 직접 이런 업소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겠다. 품위는 좀 떨어지겠지만 지금 정부는 점퍼 입고 황토 숯가마 바를 줄 아는 일꾼 정부라서 능히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들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실용 정부에 건 큰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이 ‘징한’ 기대 때문에 권하고 싶은 바가 있다.
청와대 앞 찜질방보다는 청와대 안 도자기와 생활 한복, 국화차, 툇마루, 게임방, 만화방을 ‘창업’하기를 권한다. 청와대가 외국 손님 대접할 때 양식기보다는 우리 이천이나 강진, 문경에서 나는 분청이나 개량 옹기 식판을 사용한다면 국가 브랜드도 살릴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청사 구역 안에 게임방을 차리면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공직자분들 스트레스도 값싸게 효율적으로 타파할 수 있다. 70ㆍ80 스타일 검정 고무줄 튕겨 진열하는 만화방 서너 평 배려하는 순간 즐거운 직장 생활로 신묘하게 변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경제로 놀이하고 문화로 일하는 비법이다. 보통은 경제로 일하고 문화로 논다고 말하지만 이제는 뒤집어지고 있다. 일하는 시간, 근엄한 직장 분위기, 엄숙한 일꾼 속으로 문화와 놀이가 녹아들게 만드는 지점에서 새로운 부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가 시간에 잘 노는 것 자체가 그대로 경제 활동이 되고 새로운 생업이 되게 하는 곳에 금맥이 있다. 이 경제놀이와 문화노동은 한국의 국가전략 기조로도 검토할 만하다.
관련해서 일하는 미디어, 일하는 문화콘텐츠를 어서 고안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와대로 치면 오전7시부터 오후11시까지, 일하는 휴일 시간까지 일하는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일하는 풍경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일색이다. 그냥 문서 작업하고 전송하고 모아두는 지극히 비창조적이고 사무적인 일이 주종이다.
당장 청와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든 발표자 캐릭터를 하나씩 만드는 것으로 경제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캐릭터는 우리 콘텐츠 벤처 업계에겐 큰 일감이다. 대통령 앞에서 A안과 B안이 경합한다면 게임 배틀하듯이 흥미진진하게 1시간의 회의 내용을 스토리(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이 또한 작가와 연주자, 게임회사, 특수효과 기술자에게 일감을 준다. 사무실 공간도 창조기업 구글이나 애플처럼 확 바꾼다면 한옥 인테리어 업체, 문화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죄다 살 수 있다. 더 나아가 끼 있는 공무원들이 직접 난타를 공연하고 실용정부 다큐멘터리도 스스로 만들어봤으면 한다.
이런 말이 쏙 들어왔다. 새 정부 전반전에는 경제로 돈 많이 벌고 후반전에 가서 문화에 돈을 팍팍 쓰는 문화대통령으로 마감할 것이라는. 좋다. 하지만 그보다는 경제로 일하는 지금 당장부터 문화로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창의적인 스타일이 필요하다. 경제와 문화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동시에 가져가는 슬기가 세계를 리드하게 될 터이다. 경제와 문화가 혼합하는 데서 새로운 부의 신대륙과 광대한 일자리가 창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진화는 경제로 놀고 문화로 일하는 데서 판가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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